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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범죄(International Conflict)
UN 여성기구 지도층, 성희롱 사건 연루돼
2019-06-26 18:29:55
장희주
▲해당 사건에 연루된 한 사람을 해고하는 것은 결코 범죄의 심각성에 비례하는 처벌이라고 볼 수 없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라이헨바흐=장희주 기자] 여성을 구제하기 위한 기구인 유엔 여성기구가 곤경에 처했다. 지도층인 라비 카카라가 성희롱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유엔 여성기구는 성평등과 여성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로, 억압 받는 자들이 잠시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는 안식처다.

또 사회의 모든 위계적 체계를 다시 쌓아가며 남성도 여성만큼 부드러울 수 있고 여성도 남성만큼 거칠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유엔 여성기구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유엔 여성기구가 지향하는 가치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 가운데 라비 카카라는 유엔 여성기구 내 '정부간의 지원 및 전략적 파트너십' 사무차장 락시미 퓨리의 전 고위 고문이다.

유엔 여성기구에 몸 담은 일원으로서, 여성과 청소년을 폭력과 학대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고 보다 나은 삶으로 인도하는 것은 그의 의무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오히려 반대를 향해 가고 있다.

 

유엔 내부의 성범죄

카카라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많은 피해자가 속속들이 나타났다. 피해자 대부분은 남성이었다.

전문 매체 뉴스위크에 따르면 적어도 8명의 남성들이 성희롱 피해를 당했으며 이 피해자들은 카카라가 자신의 지위를 사용해 직급이 낮은 직원들을 희롱했다고 주장했다.

카카라는 이들에게 외설스러운 제스처를 하고, 난교 파티에 초대하고, 스토킹을 하고,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며 심지어 강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 한명인 25세의 스티브 리는 카카라와 단 둘이 호텔 방에 남겨졌던 때를 회상했다. 그는 카카라가 자신의 속옷 속으로 손을 넣어 성기를 더듬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 6월 이른바 카카라 사태가 터졌을 당시 2016년 12월 자신이 당했던 희롱을 밝혀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리가 당했던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카카라가 자신에게 포르노 링크를 보내고, 그 동안 UN이 카카라를 위해 했던 성적인 것들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카카라는 작년 9월 17일 모든 혐의가 확인되며 직위가 해제됐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전문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리와 카카라의 관계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카라가 유니세프에서 일하고 있을 당시부터 총 9년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영국의 국회의원 로이드 러셀 모일 또한 성희롱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 31세의 국회의원은 카카라가 게이 데이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며 성적으로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러셀 모일은 데이트 어플리케이션에서 나체 사진을 보내는 것이 상대적으로 정상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무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러셀 모일은 카카라가 유엔을 들먹이며 자신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카카라가 마치 '문지기' 행세를 하며 자신이 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유엔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막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카카라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많은 피해자가 속속들이 나타났다(사진=ⓒ픽사베이)

너무 오래 진행된 수사

2017년 6월, 리의 성희롱 사건이 접수된 후에도 이 사건은 약 1년 이상 정체돼 있었다. 유엔 여성기구는 다만 이 사건에 대해 인정하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을 뿐이었다.

카카라는 성희롱 사건으로 인해 유급 정직을 당했고 그 후 조사를 받았지만, 이는 필요 이상으로 오래 지속됐다.

코드 블루 캠페인 그룹의 법률 고문 샤라냐 카니칸난은 "이 성희롱 사건을 당국에 회부하겠다고 약속한 유엔은 2015년부터 수십 건의 민간인 평화유지군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던 바로 그 유엔이다. 민간인 평화유지군 사건은 단 한 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말했다.

 

해당 사건에 연루된 한 사람을 해고하는 것은 결코 범죄의 심각성에 비례하는 처벌이라고 볼 수 없다.

그는 "유엔이 당국에 진정으로 협조할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경찰 행동보다 우선시되는 유엔 시스템은 이미 정의를 위태롭게 했다"고 덧붙였다.

유엔 여성기구의 대표인 퍼나 센은 "카카라 사건의 기밀을 유지하는 것은 피고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유엔 총회 결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니칸나의 주장과는 반대로 유엔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카카라를 처벌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라는 작년 9월 17일 모든 혐의가 확인되며 직위가 해제됐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높였음에도 카카라 사건 해결이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기소까지 거의 15개월이 걸렸다는 사실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남성이 그들의 특권을 남용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들이 심지어 유엔과 같은 기구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라이헨바흐=장희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