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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Homicide)
일본서 고위관료 출신 아버지가 아들 살해
2019-07-01 13:32:23
이윤건
▲일본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사진=ⓒ픽사베이)

[라이헨바흐=이윤건 기자] 일본에서 전직 고위관료인 아버지가 40대 아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아들은 장기간 동안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로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히키코모리의 개념과 실상에 다시 한 번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 농림성 차관 구마자와 히데아키(熊澤英昭·76)씨가 전날 오후 3시30분쯤 도쿄도 네리마(練馬)구의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친아들 구마자와 에이이치로(英一郞·44)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구마자와 전 차관은 직접 경찰에 전화해 "아들을 찔러 살해했다"고 신고했다. 이후 경찰은 아들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출혈 과다로 1시간 만에 숨졌다. 구마자와 전 차관은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NHK는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아들이 인근 초등학교에서 소음이 들린다고 화를 내자 구마자와씨가 '주위에 민폐를 끼쳐선 안 된다'고 타이르다가 말다툼으로 번졌고, 결국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부자 사이에 쌓인 불화가 결국 비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자세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도쿄대를 졸업한 구마자와 전 차관은 1967년 농림성에 들어가 경제국장 등을 거쳐 2001년 1월 사무차관까지 올랐다.

이후 일본을 덮친 광우병 파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차관 취임 1년 만인 2002년 1월 퇴임했다. 이어 2005년부터 3년 간 주체코 대사를 역임하는 등 엘리트 고위 관료생활을 했다.

▲현장을 감식중인 일본 경찰들(사진=ⓒ산케이 신문 캡쳐)

한편 NHK는 구마자와 전 차관 자택의 주변 이웃들은 인터뷰에서 "아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얼굴을 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교도 통신은 전 차관이 아들에 대해 "히키코모리 성향에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경향도 있었다. 이웃에 큰 폐를 끼칠까 염려됐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구마자와 전 차관의 아들이 심각한 게임중독이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구마자와 전 차관과 사회복지협의회 회원을 같이 하기도 했다는 80대 이웃은 "그(구마자와 전 차관)은 인품이 좋고 선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아이가 있다는 것을 들었음에도 그 점에 대해서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아들이 집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히키코모리였음을 은연 중에 시사했다.

'히키코모리'란?

한편 히키코모리는 사회생활을 극도로 멀리하고, 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이를 일컫는 일본의 신조어이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히키코모리 고령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 숫자는 약 61만명에 달했다.

이 히키코모리는 우리말로는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른다. 이 증상은 1990년대 초부터 일본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했다. 이에 대해 정신전문의 사이코 타마키는 2005년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을 통해 히키코모리를 대중들에게 소개했다.

중장년층 히키코모리, 잇따라 강력 범죄 일으켜 

닛칸 스포츠는 중장년 히키코모리가 강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피해자가 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본 내 전문가들은 '80-50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80-50'문제란 히키코모리 부모세대는 노년층(80대)이 되고, 히키코모리 세대가 중년층(50대)이 되면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뜻한다. 부모세대의 노화로 자식세대가 더 이상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해 양측 모두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정신 건강이 악화된 히키코모리가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직면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이나 강력 범죄를 선택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이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제도나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라이헨바흐=이윤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