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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Homicide)
정보화 시대, 인종 대학살 '제노사이드'도 진화한다
2019-05-14 13:01:30
조현
▲홀로코스트는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대량 학살 사건이다(사진=ⓒ셔터스톡)

[라이헨바흐=조현 기자] 인터넷이 그릇된 프로파간다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 인종 대학살을 촉진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악명 높은 제노사이드 사건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었다. 이로 인해 제노사이드 협약이 맺어지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한 유대인 변호사 라파엘 렘킨이 제노사이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유대인 변호사들은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제노사이드 사건이 홀로코스트라고 말한다. 제노사이드 협약이 비준된 후 이스라엘은 범죄 자체에 대한 국제 관할권을 자국에 부여하는 대략 학살 예방 및 처벌법을 제정했다.

제노사이드 협약

유엔(UN)이 1948년 12월 9일에 통과시킨 제노사이드 협약은 인류 역사상 다시는 대량 학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범죄 자체를 근절하기 위해 수립된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범죄는 여전히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제노사이드 협약은 대량 학살을 인종, 민족, 국적, 또는 종교에 근거해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고 살해하는 국제 범죄 행위라고 규정한다. 150개국이 이 협약을 비준했으나, 이 협약도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막지는 못했다.

 

국제 재판소의 역할

1970년대에 캄보디아에서는 크메르루주라는 급진적인 좌익 무장단체가 등장해 대량 학살이 자행됐다. 이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불과 몇 달 전 당시 크메르루주의 고위 지도자로 활동하던 인물들이 제노사이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규모 학살, 인신매매 등의 혐의로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제노사이드는 대부분 자동적인 제노사이드로 분류됐다. 크메르루주 정권은 캄보디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70만 명을 학살했으며, 이번에 종신형을 선고받은 누온 체아 전 부서기장과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은 권력 서열이 각각 2위와 4위였던 고위급 인물이다.

▲크메르루주 정권의 고위 관계자들이 국제 재판소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사진=ⓒ플리커)

미얀마와 페이스북

제노사이드 범죄의 가장 최근 징후는 미얀마에서 발견됐다. 이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과 정보 또한 대량 살상 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니게 됐다. 미얀마는 2016년까지 인터넷을 거의 박탈당한 상태였고 당시 BBC 미디어 액션의 직원이던 엘리자베스 먼스는 당시 대통령이던 시기인 세인 정권의 고립주의 정책에 뚜렷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먼스는 "과거에 심 카드는 약 200달러(약 22만 원)였지만 2013년에는 미얀마가 다른 통신 회사와 접촉하면서 심 카드가 2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갑자기 수많은 사람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얀마 사람들이 쓰는 언어는 인터넷상에서 그다지 지원되지 않던 소수 언어였다. 다른 나라 말을 할 줄 모르는 미얀마 사람들은 구글조차 이용할 수 없었다. 

반면 페이스북은 여러 소수 언어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미얀마어 번역도 자사 플랫폼에서 지원했다. 수많은 미얀마 사람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페이스북은 미얀마의 대다수 인구를 위한 인터넷 플랫폼이 됐다. 당시 미얀마 사회는 인터넷과 페이스북이라는 단어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먼즈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즉시 구매했으며, 곧바로 페이스북 앱을 다운로드했다"며 "이에 따라 프로파간다에 노출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인터넷을 사용하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인터넷상에 있는 정보를 모두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사람들은 그 사실을 깨닫기에는 인터넷 사용 경험이 부족했고 이에 따라 선동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터넷 주도의 제노사이드

대부분 미얀마 사람은 인터넷에서 글을 읽고 쓰거나 정보를 올바르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모른다. 이들은 인터넷 사용법, 뉴스 필터링 방법, 효과적인 인터넷 활용법에 대해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했고 그런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에서는 약 1,800만 명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제노사이드라는 끔찍한 학살이 빠르게 촉진됐다. 대중들은 이슬람교 혐오 발언에 쉽게 선동됐고, 이는 로힝야족이라고 알려진 미얀마의 이슬람 공동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페이스북이 무기로 변모한 셈이다.

2017년에는 군사 작전이 진행되기도 했다.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의 무장 세력을 해산시킨다는 목적으로 라킨 주의 북서쪽 지역을 수색했고, 70만 명에 이르는 로힝야족 사람들이 피난민이 돼 방글라데시로 넘어갔다. 2017년의 마지막 회계연도 분기에만 전체 이민자의 80%가 나라를 떠났다.

[라이헨바흐=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