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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보안(Cybersecurity)
해커들의 유토피아, '해커빌' 름니쿠블체아
2019-07-30 17:16:30
허서윤
▲사이버 해커들이 익명성을 보장받고 정부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자신들만의 은신처로 향하고있다(사진=ⓒ픽사베이)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 '해커빌'이라 불리는 해커들의 피난처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낳은 부작용인 사이버 테러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인구가 타깃이 될 수 있으며 이들의 가장 민감한 개인 정보와 은행, 의료 그리고 사적인 대화까지 언제든 외부로 유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익명성을 담보로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는 사이버 범죄자들이 창조해내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이다.

이처럼 사이버 범죄가 나날이 증가하면서, 각국 단체와 정부 기관은 공격을 예방하고 방지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그 효과를 보기란 여간 어렵다. 

보안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이버 범죄자들의 침해 기술 역시 향상되고 있으며 신분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 

그러나 여러 기술 기업들과 기관, 정부 조직의 노력으로 인해 이들의 디지털 흔적과 ip추적 등을 통해 사이버 테러리스트를 식별하는 방법은 점차 개선되는 중이다. 

반면 이는 인터넷 무법자들이 더 어두운 곳으로 숨도록 만들고 있다.

사이버 해커들의 안식처 '해커빌'

사이버 범죄가 증가와 함께 해커들이 추적당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자신들만의 규칙과 법 그리고 통화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는 국가들로 흩어져 생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가들 가운데 유독 인기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사이버 테러에 대한 국제법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도시로 범죄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마음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편하게 숨을 수 있는 안식처나 마찬가지다.

도시는 인터넷상에서도 가장 위험한 도시라 불리며 악명을 떨치고 있다. 

해커들이 몰려들면서 하루 만에 인터넷 전체를 무너뜨릴 힘이 구축되고 있는 것. 해커들은 이 도시 내 일종의 데이터 피난처라 불리는 벙커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며 사이버 범죄에 더 깊이 빠져든다. 

벙커는 이들을 법으로부터 완벽히 은신할 수 있도록 해주며 동시에 규제되지 않은 정보를 교환하고 멀웨어 공격을 시도한다. 

스팸을 무더기로 보내고 랜섬웨어를 침해, 심지어 호스팅까지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게다가 사이버 범죄자들의 익명성도 100% 보장해주며 활동에 대한 정부의 제약도 없다. 이에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이버 범죄의 대다수는 이곳이 진원지가 된 지 오래다.

▲인구 12만의 작은 루마니아 도시 름니쿠블체아는 인터넷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불린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름니쿠블체아, 해커빌이 되다

사이버 해커들이 자신들의 안식처로 삼고 있는 대표적 장소는 바로 인구 12만 명의 작은 도시 '름니쿠블체아'다. 

루마니아 블체아주의 주도로 루마니아 수도인 부쿠레슈티에서 불과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름니쿠블체아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유해할 것 같지 않지만, 사실 인터넷상에서는 해커빌로 불릴 만큼 전 세계 사이버 범죄자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이 도시가 사이버 범죄로 악명높은 이유는 이곳에 사는 해커들의 이력에서 엿볼 수 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일가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하는 과정에서 자택에 걸린 초상화 2점 등 일부 작품을 찾아냈던 해커 구시퍼(마셀 라자)를 비롯한 나사를 해킹한 아이스맨 그리고 나사와 펜타곤 모두를 뚫은 틴코드 모두가 이 름니크불체아에서 활발히 활약하고 있다.

사실 루마니아는 공산주의가 몰락하기 전 수학과 컴퓨터 코딩의 중심지였다. 그러다 24년간 독재를 자행했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처형당하면서 공산주의 체제는 몰락, 이후 자본주의의 시장 경제가 들어섰다. 

10년이 지나자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이는 름니쿠블체아가 루마니아 내 다른 도시들보다 훨씬 더 발전하도록 이끌었다.

하지만 화학 공장들이 들어서고 관광산업이 발달하면서도 왠지 많은 젊은이가 일자리를 잡기가 어려웠다. 

이는 곧 사이버 범죄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계기로 작동했다. 값싼 인터넷 접속 비용으로 인해 사이버 사기가 들끓게 된 것이다. 

이에 2000년대 초반 무렵 이 도시는 여러 사이버 사기꾼들이 가짜 이베이 광고나 경매 사이트를 게시해 순진한 다른 희생자들을 유혹하는 집단 사이버 범죄 마을로 전락했다.

▲름니쿠블체아는 사기 판매 및 광고 사례가 늘면서 FBI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이 마을이 해커빌로 명성이 높아지게 된 것은 가짜 광고 및 판매 사례가 늘어나면서 미연방수사국(FBI)까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였다. 

당시 범죄자들은 지금처럼 정교하고 세련된 방식을 구축하지는 못했다. 대부분 체포되기도 했다. 

가령 아르제슈주에 소재한 피테슈티에서 활동하던 한 단체는 회원들에게 광고를 개재하면서 우편환 주문을 받아버려 자신들의 위치를 노출했다. 또한 신분증조차 위조하지 못할 만큼 사기 기술이 초보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기술도 발전하면서 이들은 점차 사업 수완, 즉 사이버 사기술에 더욱 능숙해졌다. 

중고차나 전자제품 판매에 이어 가짜 에스크로서비스까지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당시 이 같은 사기술은 이 지역에서 흔하게 벌어졌다. 

현재는 마을 주민들의 많은 수가 전자상거래 사기에 가담하고 있으며 해커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구매 대행 전문 업체 MLC 유럽 GmbH에 따르면 이곳에 거주하는 해커들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돈이나 혹은 자부심, 명예라는 명목하에 언제든지 전 세계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위에 언급된 구시퍼의 경우 진실을 알기 위해 부시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이스맨 역시 나사를 해킹함으로써 자신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었다.

이 도시는 2부작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나온 바 있다. 영화는 해커빌과 웹의 어두운 면에 주목했다. 

1부에서는 이 도시를 고향이라 칭하는 유명한 해커들을 다뤘으며 2부에서는 사이버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계층, 즉 개인 데이터를 처리하고 보호하는 서버들을 유지하고 보관하는 비밀 은신처가 공개됐다.

범죄자들의 공공연한 은신처가 그것도 최근 기승을 부리는 사이버 범죄 은신처가 생기는 현상에 국제적인 우려가 빗발치고 있다.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