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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Homicide)
가짜 상속녀 행세 소로킨, 결국 감옥으로
2019-06-12 11:17:44
유수연
▲가짜 상속녀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던 안나 소로킨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사진=ⓒ셔터스톡)

[라이헨바흐=유수연 기자] 가짜 상속녀 행세로 지난 10월 LA에서 체포됐던 안나 소로킨이 중절도죄를 비롯한 도난 및 사기 등 대부분의 혐의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2,200만 달러의 은행 대출 시도 혐의와 친구로부터 빌리고 갚지 않은 모로코 여행 경비 6,000만 달러 절도 혐의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러시아 이민자의 딸

희대의 사기극으로 불려도 아깝지 않은 소로킨의 가짜 상속녀 행세는 뉴욕 맨해튼의 상류 사회를 꿈꾸던 한 러시아 이민자 소녀의 이야기로 대변될 수 있다. 

그의 배경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온갖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로 인해 그동안 소르킨을 의심한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가령 값비싼 디자이너 브랜드의 의류를 입고 다녔던 것은 물론, 하루 숙박비가 수백 만 달러에 달하는 호텔에 장기적으로 머물렀으며, 호텔의 직원들에게 주는 팁도 한 번에 100달러씩 줄만큼 엄청난 경제력을 뽐냈기 때문이다. 

또한 한끼에 수 십만원 하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나 백화점, 네일숍 등 친구들과의 여가 활동비도 모두 소르킨이 부담했으며,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컨퍼런스에는 개인 비행기를 몰고 갔을 정도였다.

이에 더해 소로킨은 자신만의 사업도 구상 중이었다. 회원제 위주로 운영되는 아트 클럽을 파크 애비뉴 사우스 지역에 오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행각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모두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소로킨은 자신의 화려하고 매력적인 생활을 유지할 명목으로, 금융 기관과 부유한 친구들로부터 모두 27만 5,000달러를 사취했다.

부친, 트럭 몰며 소로킨 지원해

소로킨의 실제 배경은 화려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에서 냉난방 사업을 운영하며 트럭을 몰았으며, 이렇게 번 돈으로 수 년간 딸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소로킨의 가족은 2007년 모두 독일로 이주했으며, 2011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런던으로 가 미술 학교에 재학했지만 중도에 다시 독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후 파리로 가 현지 패션예술문화 매거진 퍼플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 그가 이름을 안나 소로킨에서 안나 델비로 바꾼 것도 이때였다. 2014년에는 뉴욕으로 다시 이주했다.

소로킨의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로킨이 빌린 돈을 모두 갚을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며, 비윤리적인 행동을 했을 수는 있지만 범죄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반면 키간 메이스-윌리엄스 검사는 당시 소로킨이 부자들로부터 돈을 갈취할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있었다며, 이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호화로운 생활방식에 대한 환상을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검사는 또한 소로킨이 친구들뿐 아니라 은행과 호텔, 그리고 헤지펀드에도 접근해 돈을 사취했다고 덧붙였다.

▲소로킨은 자신의 프라이빗 클럽 설립 계획을 위해 은행 대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사진=ⓒ셔터스톡)

소로킨이 꿈꾸던 비즈니스

소로킨은 상속녀로 행세하던 2015년 당시 자신만의 아트 클럽도 운영할 계획에 있었다. 세계무역센터의 환승센터인 오큘러스 뒷 근방에 소재했던 천재 건축가 가브리엘 안드레스 칼라트라바를 찾았던 것이다. 

칼라트라바는 소로킨이 당시 자신에게 '소호 하우스 뉴욕'과 유사한 형태, 즉 나이트클럽과 아트 갤러리 등이 모두 갖춰진 프라이빗 클럽 '안나 델비 재단' 설립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6,000만 유로 상당의 신탁 기금을 가지고 있다며, 클럽의 디자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 계획에 동의했었다는 것.

가브리엘은 이에 뉴욕의 역사적인 건물인 파크 애비뉴 사우스를 클럽의 부지로 선택,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 비용은 최대 4,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소로킨 역시 해당 부지의 소유주와 협상에 착수, 변호사로부터 은행과 헤지펀드의 재정 지원 검토 조언도 받았다. 그러나 시티 내셔널 뱅크는 소로킨의 배경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2,200만 달러의 대출 신청을 거부했다.

또한 이번 재판에서 제시된 증거에 따르면, 소로킨은 이제껏 허위 서류를 제출해 집안 배경을 철저히 숨긴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가상의 회계사와 재무 고문까지 만든 것이다. 아울러 칼라트라바에게 약속한 신탁 기금의 자금 역시 지불하지 못했다. 결국 칼라트라바는 소르킨의 프로젝트를 중단했으며, 토지 소유자 역시 지불이 이루어지지 않자 협상을 파기했다.

그러나 소로킨은 멈추지 않고 포트레스 인베스트먼트 그룹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 기관을 찾아가 자신의 클럽 자금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포트레스의 전무 이사 스펜서 가필드는 재판에 출석해, 소로킨이 자신이 가진 부의 출처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로킨은 자신이 독일에서 태어났다고 말했지만 여권에는 러시아로 찍혀져있었다는 것. 이후 가필드가 이에 스위스에 소재한 소르킨의 은행과 이 문제를 논의한 뒤, 소로킨의 대출 협상은 중단됐다. 가필드는 소로킨이 당시에도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사기극 종료

소로킨의 상속녀 행세는 그러나 2017년 10월 르 파커 메르디앙 호텔에서 저녁 식사와 술을 마신 후 이를 6시간이 지나도록 지불하지 않으면서 끝을 맺었다. 소로킨이 가지고 있던 신용 카드 중 아무것도 작동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그는 호텔 직원에게 독일에서 자신의 이모가 돈을 붙일 것이라고 거짓말까지 했다. 그러나 호텔에 들이닥친 건 이모가 아닌 경찰로, 200달러도 채 되지 않은 계산서를 미지불한 이유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라이헨바흐=유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