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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Homicide)
불법이민자 차에 태워준 美 여성 체포돼
2019-06-12 10:48:55
김지연
▲불법이민자를 도와준 미국 여성이 체포됐다(사진=ⓒ123RF)

[라이헨바흐=김지연 기자] 미국에서 어려움에 처한 불법이민자를 돕기 위해 이들을 차에 태워줬다는 이유로 한 여성이 체포됐다.

이 여성은 "내가 나쁜 짓을 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차를 세웠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은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불법이민자를 돕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 정부의 의도"라고 밝혔다.

토드는 지난 2월 27일 미국 텍사스주 마파 시청에서 회의를 참석하고 세인트조지 호텔에서 늦은 저녁을 먹은 후 포트데이비스에 있던 자택에 돌아가던 길에 문제의 불법이민자들과 맞닥뜨렸다.

그날 저녁 10시경 토드가 남서부에 위치한 빅벤드국립공원 인근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덤불숲에서 갑자기 한 젊은 남성이 나와 손을 흔들었다.

토드는 자신의 15세 아들과 몸집이 비슷한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엘살바도르 출신으로 22세였고, 20세 남동생 프란치스코 및 18세 여동성 에스메랄다와 함께 미국에 불법 입국했다.

삼형제는 당초 과테말라에 있는 숙모집에 살고 있었으나 과테말라의 갱단 폭력이 심각해지자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를 수 없어 미국을 향해 길을 떠났다.

과테말라에 있을 당시 카를로스의 친구 두 명이 살해당했고, 한 갱 두목이 에스메랄다를 노리고 있었다.

삼형제는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다른 이민자 및 밀입국자들과 함께 사막을 횡단하는 여정에 올랐다.

하지만 에스메랄다가 몸이 좋지 않아 험난한 여정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두 형제도 함께 남아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같이 이동하던 이민자 행렬을 놓치고 북쪽으로 향하던 도중 길을 잃었다. 삼형제가 토드와 마주쳤을 당시 이들은 먹을 것과 마실 것이 모두 떨어지고 없는 상태였고 에스메랄다의 상태는 심각했다.

토드는 에스메랄다를 만났을 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것을 보고 즉시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불법이민자를 돕지말라는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사진=ⓒ123RF)

그의 예상대로 에스메랄다는 국경수비대가 운영하는 빅벤드의료센터에서 신장이 망가질 수 있는 횡문근융해 진단을 받았다.

토드는 삼형제에게 차에 타라고 말하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그 때 인근 프레시디오 카운티의 보안관 차량이 다가와 토드의 차 뒤에 섰다.

보안관과 토드는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보안관은 토드를 의심하며 불법이민자들의 배낭에서 마약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보안관이 국경수비대에 연락하자 요원들이 도착해 토드에게 미란다 원칙을 읊어주며 토드를 체포했다.

그는 45분 간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가 풀려나 여전히 고속도로 갓길에 세워져 있는 자신의 차량으로 옮겨졌다.

며칠 후 국토안보부 조사요원들과 텍사스 경관이 토드의 사무실을 방문해 토드의 휴대폰에 대한 수색 영장을 제시했다.

토드는 휴대폰을 넘겨줬다. 토드가 도움을 요청했던 친구도 요원의 조사를 받고 휴대폰을 넘겨줘야 했다.

불법이민자 삼형제는 텍사스주 서부의 엘패소에 위치한 이민세관국 시설에 구금돼 있으며 과테말라고 추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형제는 구금돼 있는 동안 토드의 불법행위를 진술하라는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불법이민자들을 돕는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거친 황무지와 사막으로 이뤄진 국경을 목숨을 걸고 건너는 불법이민자들은 이러한 미국인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는 경우가 많다.

올해 초에는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 있는 불법이민자들에게 음식과 쉼터를 제공한 한 자원봉사자의 자택에 연방요원들이 들이닥쳐 수색 작업을 펼쳤다.

불법이민자들을 돕는 비영리단체 '노 모어 데스'의 자원봉사자 4명은 카베자 프리에타 국립 야생보호구역을 건너 불법 입국하려는 이민자들을 위해 물과 통조림을 놔뒀다는 이유로 경범죄가 적용돼 기소됐다.

현재 마르파 시변호사이자 제프데이비스 카운티 변호사로 활동하는 토드는 "이번 일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평생을 공직에 헌신해 왔는데, 갑자기 범법자 취급을 받으며 유치장에 수감되고 인신매매에 관여했다며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토드에 대해 공식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연방 검찰은 얼마든지 기소장을 만들 수 있고, 국경수비대 대변인도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라이헨바흐=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