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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범죄(International Conflict)
탈레반 공포에 치 떠는 하자라족…"평화 협상 결렬돼야"
2019-06-26 18:29:55
조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이슬람 사원의 연장자는 '하자라'로 알려진 민족 집단에 속한 민병대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라이헨바흐=조현 기자]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로부터 지속적인 탄압을 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소수 민족 하자라족의 공포가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미국과 평화협상중인 탈레반이 자신들에 대한 억압 정책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카불에 소재한 알 자라 사원의 장인 하지 칼릴 다레 수피 역시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탈레반이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다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결과는 좋지 못할 것이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탈레반으로부터 탄압을 받는 하자라족이 미군과 탈레반과의 협상을 부정적으로 보고있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탈레반의 하자라족 탄압

수피는 탈레반은 어쨌든 탈레반이라며, 이들은 여지껏 하자라족에게 어떠한 자비나 연민도 베푼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자신들 역시 방어를 위해 무기를 내려놓을 수 없다는 것. 동시에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것으로 믿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하자라족이 이러한 우려는 하는데는 이들이 시아파 이슬람교도라는데 있다. 반면 탈레반과 IS는 급진주의적 수니파 무장단체로, 하자라족을 이교도라 규정짓는다. 탈레반의 입장에서 하자라족은 진정한 무슬림이 아니며, 이에 따라 공격받고 살해되어야 마땅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하자라족은 아프간 중부의 하자라잣 지방 산악 지대에서 사는 소수 민족으로, 아프간 내에서는 3번째로 큰 소수 집단이다. 그러나 이전 세기부터 지속적으로 정부의 탄압 및 말살 정책의 희생량이 돼왔다. 특히 19세기 당시 파시툰 에미르가 가한 강제 추방 및 대량 학살 정책은 하자라족에게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당시 일부는 노예로 전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도 탈레반의 억압으로 인한 고통은 여전하다. 가즈니주에서 거주하는 하디 누르자드는 탈레반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 사회에까지 침범해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며, 자신과 이웃들이 모두 집에서 도망쳐 나와야 했다고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탈레반의 공격으로 무려 50여 명이 사망했으며, 여기에는 22살된 자신의 사촌도 포함됐다는 것. 그러나 정부군이 다시 이 지역을 탈환한 이후에도 탈레반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탈레반 못지않은 IS

하자라족에게는 그러나 탈레반 못지않은 위협 세력이 존재한다. 바로 IS다. IS는 근 3년 간 전세계적으로 공포와 잔인함의 대상이 된 급진주의 무장단체다. 

이들은 특히 중동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을 확대하며 지역 주민들을 엄격한 통제와 감시하에 관리하는 정책을 수행하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이에 당시에 수행된 자살 폭탄 테러로 수 백명의 하자라족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2016년 하자라족은 카불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이때에도 두 차례의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 8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바로 그 이전 해에는 자불주에서 7명의 하자라 민간인들이 납치되고 참수당한 사건도 있었다. 

▲하자라족은 미군과 탈레반의 협상이 이루어지면 더 많은 학살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한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새해 연휴 중에는 30명이 사망했으며, 6개월 후인 9월에도 하자라 레슬링 클럽에서 또 다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30여 명이 사망했다. 2017년에는 알 자라 사원의 건설자를 포함한 4명이 자살 폭탄범에 의해 공격당했다. 

이같은 잦은 테러로 인해 하자라족이 거주하는 지역의 사원과 학교, 쇼핑 센터는 이미 엄격한 보안 조치가 가동되는 중이다. 특히 알 자라 사원은 보안 감시가 가장 엄격한 곳으로, 방탄조끼를 입은 군인들이 총으로 무장하고 배치되는 형국이다. 

다만 2001년 이후 미군 주도의 연합군이 탈레반을 권력에서 끌어내면서 잠시 동안의 평화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 협상으로 인해 이들의 삶은 다시 위태로워지고 있다. 

현재 하자라족의 사람들은 이번 회담이 평화가 아닌 억압과 탄압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한다.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다시 권력을 회복하면 더 많은 하자라족이 학살될 것이라는 우려다. 

 

협상 결렬만이 살 길

하자라족의 정치 지도자인 다오우드 나지는 오늘날의 탈레반은 과거 자신들을 탄압했던 이전 탈레반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전이나 현재나 모두 악의적이라는 것. 그는 1998년 당시 탈레반이 하자라족을 학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 당시에만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그들로부터 피하기 위해 땅굴을 파 몸을 숨겨야 했다고 덧붙였다.

나지는 이번 미국과 탈레반 간 협상으로 인해 탈레반이 다시 힘과 권력을 얻게 된다면, 더 많은 대학살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하자라족에게 이번 협상은 평화가 아닌 더 많은 학살과 억압, 탄압이 뒤따를 협상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모든 이유로 하자라족이 사원이나 기타 지역 시설을 보장받고 영위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협상이 결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이헨바흐=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