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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범죄(International Conflict)
美, 아프간 전쟁 회의론…승리의 행방은 '오리무중'
2019-05-03 15:57:18
김지연
▲아프간 전쟁은 보이는 전쟁과 보이지 않는 전쟁이 치열하다(사진=ⓒ123RF)

[라이헨바흐=김지연 기자] 전쟁에는 보이는 전쟁이 있고 보이지 않는 전쟁이 있다. 전자는 말 그대로 유혈이 낭자한 전쟁터이지만, 후자는 전쟁 당사자들의 언론플레이에 숨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전쟁은 양쪽 모두 치열하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은 아프간 군사 요충지 가즈니에 대대적 공세를 펼쳤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기자가 현지 상황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탈레반과 정부군의 충돌로 인해 거리마다 방치된 시신이 쌓여있을 정도로 사상자가 많았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군이나 미군의 브리핑은 전혀 달랐다. 정부군은 탈레반이 공격 감행 사흘 만에 가즈니를 함락시킨 사실을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엿새 후 탈레반이 가즈니에서 철수하자마자 이런 사실을 공식화했다. 미군도 마찬가지였다. 아프간 주둔 미군 수석대변인은 가즈니 사태를 '별일 아닌 소규모 반란' 정도로 치부했다.

▲가즈니 병원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탈레반의 가즈니 공격으로 정부군 113명이 사망했다(사진=ⓒ셔터스톡)

당시 뉴욕타임스 기자가 병원 관계자와 통화한 바에 따르면, 탈레반이 가즈니를 공격한 첫 이틀 사이에 사망자는 113명, 부상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사망자 대다수는 정부군이었다. 사상자 수가 미미하다는 정부군의 발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가즈니 아즈리스탄 지구에서 정부군 엘리트 특수부대가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궤멸당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전체 100명 중 살아남은 부대원은 22명이었다. 사막으로 뿔뿔이 도망친 부대원들은 전우의 소변으로 갈증을 해소하며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부대원들은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다며 "말만 늘어놓을 뿐 실질적인 조치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성토했다. 아프간 국방부 대변인은 부대원들의 근황은 차치하고 특수부대가 공격당한 사실도 모르는 눈치였다.

작년 7월 기준 아프간 정부군은 아프간 국토의 58.5%를 차지하고 있다. 탈레반이 19.4%를 점령했고, 나머지 22%는 양측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는 격전지다.

이론적으로 아프간 정부군과 미군을 주축으로 한 동맹군은 탈레반을 상대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일단 병력 차이가 확연하다. 아프간 군·경 병력은 35만 명, 아프간 주둔 미군은 1만 4,000명이다. 더욱이 정부군은 동맹국들의 지원에 힘입어 화력도 남다르다. 

반면 탈레반의 병력은 2만 명에서 4만 명 선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 수치에 변동이 없다. 탈레반 수 천명을 사살했다는 아프간 정부 측의 발표가 매달 끊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미군은 아프간 전쟁에 연간 60억 달러를 투입한다. 하지만 아프간에 만연한 부패 때문에 상당량의 자금이 전선에 투입되지 못하고 허공으로 증발한다. 이쯤 되면질문 하나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과연 아프간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미국이 이기기는 힘들어 보인다. 장장 18년을 이어오고 있는데도 그 끝을 가늠하기가 어려운 아프간 전쟁이다. 미군 지휘부 측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전쟁 초기 11만 명을 투입했는데도 못 끝낸 전쟁을 과연 1만 4,000명의 현재 병력으로 종식시킬 수 있겠냐는 의문이다. 전쟁이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승자는 결국 탈레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라이헨바흐=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