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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Homicide)
마약 중독 급증… SNS·암호화 웹사이트로 쉬워진 마약거래
2019-05-28 17:19:27
장희주
▲온라인 마약 유통이 횡행하면서 한국의 마약 중독이 급증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라이헨바흐=장희주 기자] 온라인 마약거래에 쉽게 노출 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대한민국 마약 중독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범죄로 검거된 사람은 1만 2,613명에 달한다. 마약 단속이 비교적 느슨한 해외 거주 경함자가 늘어나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마약이 유통되면서 일반인도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매달 마약사범으로 입건되는 사람이 1,000명이 넘는다. 국민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인 나라는 '마약청정국'으로 부르는데, 한국은 이미 이 타이틀을 내려놓은 지 3년이 지난 상태다.

검찰이 지난해 압수한 마약은 517.2㎏으로 전년 258.9㎏에 비해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필로폰 압수량은 197.9㎏으로 전년 30.4㎏의 무려 6.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마약 거래 가격도 치솟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국내 필로폰 1g의 도매가격은 285달러 수준으로 중국(59달러) 홍콩(46달러), 미국(209달러) 싱가포르(117달러)보다 더 비싸다.

마약류 범죄 규모는 통계의 20배 정도로 추산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매년 8000여 명이 초범으로 검거되는 점을 감안하면 해마다 16만명가량의 마약 중독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IP 추적 불가능한 웹사이트 통해 버젓이 유통

국내 마약 범죄가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예전보다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달에도 IP 추적이 불가능한 인터넷 '다크웹'에 마약전문 판매사이트를 운영하고 마약을 판매해온 40대 남성 신 모씨가 중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신씨는 지난해 3월 다크웹 사이트를 개설, 판매상들과 공모해 18회가량 판매광고를 하고 대마·필로폰·LSD 등을 50회 매매 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인과 판매상 간에 약 950만원의 엑스터시 매매도 직접 알선하고 대마를 흡연한 혐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2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이트 운영자 신모(40)씨에게 징역 8년, 추징금 4,050만원을 선고했다. 신씨는 종래 회원들 사이에 은밀하게 이뤄지던 거래방식에서 벗어나 성별·연령과 상관없이 인터넷에 접속해 불특정 다수에게 마약 거래가 이뤄지도록 알선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신씨가 운영하던 다크웹은 IP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은닉 인터넷망으로 일반 웹 브라우저가 아닌 특정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다. 신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다크웹, 암호화 메시지, 다크코인 등을 이용해 마약 유통을 해왔다. 다크코인은 마약이나 사이버범죄에 사용되는 가상화폐로 거래기록을 감출 수 있다.

신씨는 다크코인을 이용해 암호 메시지로 상호 연락하게 하고 비대면 구매를 뜻하는 일명 '던지기' 방식으로 마약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적발을 피해왔다. 던지기는 구매자가 값을 지급하면 판매자가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고 나중에 찾아가는 방법을 발한다. 재판부는 신씨의 범죄에 대해 "죄질이 불량할뿐 아니라 마약이 확산되고 추가 범죄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신씨 범행의 상습성도 인정하는 한편, 신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마약 투약자가 검거돼도 여전히 온라인에 마약상들이 넘쳐난다(사진=ⓒ픽사베이)

제조 공장에 유통 사이트까지 갖춘 초대형 조직 적발

이와 함께 최근 초대형 마약 유통 조직이 적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다고 국내 공영방송이 단독보도하기도 했다. 이 조직은 국내에 마약 제조공장에다 인터넷 사이트까지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이트는 회원 수가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직이 갖춘 마약 제조 공장은 산 능선에 자리잡아 대마 재배부터 가공까지 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진 '대마 공장'이다. 하지만 주변의 주민들은 이 곳이 마약 제조 공장인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이 공장을 급습해 운영자 3 명을 긴급체포하고, 재배중이던 대마 380 주를 압수했다. 바로 마약으로 사용 가능한 싯가 6,400만원 상당의 가루 대마 1.6 KG도 압수했다.

이 공장 운영자들은 '딥웹'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망으로 마약을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딥웹은 특별한 암호화 방법을 통해서 접속이 가능해 추적이 안된다. 조직원들은 회원들이 딥웹에서 마약공장에 직접 주문을 하면, 택배로 마약을 보내주는 형태로 마약 매매를 저질렀다. 마약 대금은 현금 대신 가상화폐로 받았다.

▲온라인 마약거래 수단으로 주로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가 이용된다(사진=ⓒ픽사베이)

SNS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마약 판매처

암호화된 인터넷 웹사이트 뿐 아니라 SNS에서도 마약 판매가 버젓이 횡행하고 있다.

유튜브나 트위터, 텀블러 등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쉽게 마약 판매 게시물을 찾을 수 있다. '떨(대마)', '아이스(필로폰)', '빙두(북한산 필로폰)' 등이 해당 은어들이다. 마약 판매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게시물에 SNS 아이디 등을 써 놓는데, 주로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를 이용한 비대면 거래로 유통이 이뤄진다. '던지기'로 팔고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판매자도 구매자가 누군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투약자가 검거되더라도 SNS에 마약상이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인터넷 마약류 범죄 관련 수사 건수는 지난 2014년 8건에서 2017년 크게 54건으로 늘었다. 수사 단계까지 가지 않고 게시물을 차단하거나 삭제 요청을 한 건수는 같은 기간 345건에서 7,890건으로 급증했다.

인터넷과 SNS를 이용해 기존에 마약을 해본 경험이 없는 일반인까지 국내외 마약 공급책과 쉽게 연락을 주고받게 되면서 마약 사범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심각하다.

[라이헨바흐=장희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