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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범죄(International Conflict)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 에콰도르 대사관서 추방...英 경찰에 체포
2019-05-28 17:20:29
조현
▲줄리안 어산지가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추방되어 곧바로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사진=ⓒ픽사베이)  

[라이헨바흐=조현 기자] 정부나 기업 등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비밀 문서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줄리안 어산지(47)가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추방되어 곧바로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어산지는 2010년 미국 외교전문 25만 건을 폭로해 미국 당국의 수배대상에 오르면서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영국 대법원으로부터 송환 판결을 받자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한 이후 지금까지 7년간 망명자 신분으로 지냈다. 

어산지는 자신의 성폭행 혐의는 모두 거짓이며, 자신을 미국으로 송환하려는 스웨덴 당국의 음모라고 맞섰다. 현재 미국과 스웨덴 정부는 어산지 신병을 놓고 서로 송환하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 보호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 어산지가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영국 내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카탈루냐 분리 독립 등 여러 민감한 이슈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타국 정치에 개입을 금하는 에콰도르의 망명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어산지 퇴출에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9년 3월 'INA페이퍼스'라는 익명의 웹사이트에 모레노 대통령의 이메일과 사진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올라왔다. 

국가 전체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던 시기에 사진을 통해 드러난 모레노 대통령의 사치스러운 사생활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정치적 타격을 입은 모레노 대통령이 결국 참다 못해 대사관의 문을 열어 영국 경찰의 진입을 허용했다는 것이 세간의 분석이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어산지의 미국 송환과 관련해 5월 2일 심리를 여는 한편, 6월 12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어산지 측은 "미국의 송환요청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어산지는 현재 영국 남부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어산지는 컴퓨터 해킹을 통해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미 법무부에 의해 기소된 상태다. 어산지는 2010년 3월 미 육군 정보분석 요원이었던 첼시 매닝 일병과 공모해 국방부 컴퓨터에서 기밀자료를 빼냈고, 이렇게 빼낸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위키리크스에 올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어산지의 조사 및 기소가 추진된 바 있지만 언론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에 가로막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산지는 미국 군사 기밀 유출 및 스웨덴 성폭행 혐의에 더해 미 대선에서 불거진 '러시아 스캔들'에도 연루되어 있다.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정보기관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측의 이메일을 해킹해 위키리크스에서 폭로, 미 대선판을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미국 민주당은 어산지를 미국으로 송환하면 로버트 뮬러 특검의 종료로 일단락된 러시아 스캔들을 재점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산지가 러시아와 이메일 해킹 사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과정에서 간과했을지 모를 단서를 확보할 수도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리로 끝난 러시아 스캔들이 어산지 체포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는 모양새다. 

▲어산지는 2016년 미 대선에서 불거진 러시아 스캔들에도 연루되어 있다(사진=ⓒ123RF)
[라이헨바흐=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