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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범죄(International Conflict)
美 연방대법원, 사형집행장의 종교적 자유지지
2019-05-28 17:27:16
장희주
▲미 연방대법원은 7대 2의 투표로 텍사스 주 정부로부터 사형 집행에 불교 승려를 참석하게끔 해달라는 요청을 거절당한 패트릭 헨리 머피의 처형을 저지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라이헨바흐=장희주 기자]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은 최근 7대 2로 패트릭 헨리 머피(Patrick Henry Murphy)의 사형 집행을 막은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텍사스주 정부가 사형 집행에 영적 지도자인 불교 승려를 참석하게끔 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의 애덤 립탁(Adam Liptak)에 따르면, 이번 판결로 머피의 사형은 영적 조언자나 텍사스주 정부에서 선발한 또 다른 불교 승려가 사형집행실에 동석해야만 처형이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관을 살해한 죄

머피는 200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의 갱단인 '텍사스 7(Texas 7)'과 함께 스포츠용품 가게를 털다가 경찰관인 오버리 호킨스(Aubrey Hawkins)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당시 머피는 탈옥을 감행한 도망자 신세였고, 그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았다. 법원의 문서에 따르면 머피가 10년 동안 불교를 수행해 왔으며, 지난 6년 동안 희용시(Hui-Yong Shih) 스님의 영적인 조언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브렛 M. 카바노(Brett M. Kavanaugh) 판사는 법원의 동의 의견을 작성하면서, 텍사스 주에서 사형 집행에 다른 종교에 소속된 사람들이 동석할 수 없으며, 오직 기독교와 이슬람 종교인만이 참석할 수 있다는 점은 종교적 차별에 해당하여 위헌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정부가 어떤 종교 혹은 특정 종교단체에 대해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브렛 카바노 판사는 이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위헌이며 종교적 차별에 가깝다는 법원의 의견을 썼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카바노 박사는 텍사스주에서는 기독교나 이슬람교도 수감자가 처형될 때 국가에서 지정한 기독교나 이슬람 종교인이 사형집행실이나 면회실에 출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바노는 이러한 특권이 다른 종교 단체에 속한 수감자들에게는 금지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은 밖에서 사형 절차를 지켜볼 수 있을 뿐, 사형집행실에서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카바노는 '텍사스주는 사형집행실 내에 모든 교파의 영적 조언자들의 입장을 금지할 수 있지만, 일부 교파만 동석시키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매우 중요한 순간에 이슬람교도의 헌법적 권리를 존중하지 못했다고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에 기고한 데이비드 프렌치(David French)를 비롯, 여러 정치 평론가들은 이 사안에 대해 맹비난했다. 달리아 리트윅(Dahlia Lithwick)은 슬레이트(Slate)에 기고한 글에서, 사형수가 다른 종파의 지도자와 함께 마지막 의식을 행하는 것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 대법원의 결정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종교적 차별

머피의 사건은 그의 이맘(imam)의 참석을 요청했음에도 미 연방대법원에 의해 앨라배마주에서 사형 집행을 허용한 이슬람교도 수감자의 경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교도소에 고용된 기독교 목사만이 사형 집행 중에 사형집행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대법원의 다수의 익명의 관계자들은 앨라배마 주 사건의 수감자는 이의 신청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반대 의견을 쓴 엘레나 카간(Elena Kagan) 판사는 다수가 완전히 틀렸다고 말했다. 카간은 앨라배마 주 교도관이 수감자의 마지막 의식을 집행할 기독교 목사와 동행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슬람이나 유대교 등 다른 종교에 속한 수감자들은 신앙의 대표자를 옆에 두고 죽을 기회를 얻지 못한다.

머피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R. 도우(David R. Dow)는 불교에서는 사람이 '순수한 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죽을 때 부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도우는 처형 동안 희용시 스님이 함께 한다면 머피는 '순수한 땅'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피의 사건은 앨라배마 주에서 이슬람 교도 수감자가 요청한 이맘의 참석을 대법원에서 금지했던 것과 같은 사건이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반면에 텍사스주 정부는 보안상의 이유로 인해 이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을 받지 않은 방문객들이 처형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수감자의 정맥주사를 뽑아내는 등 비이성적이거나 통제되지 않는 행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텍사스의 관계자에 따르면 그들은 피해자를 대신하여 사형 집행을 방해하고, 여러 사람들에 의해 조롱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머피는 베켓펀드(Becket Fund for Religious Liberty)에서 지지자를 찾았다. 이 펀드는 대법원 판사들이 희용시 스님을 사형집행실에 동석하게끔 강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지원서를 제출했다. 또한 사형 집행의 순간에 죽은 사람의 영혼은 지도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이는 지난 수세기 동안 영적 조언자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으로 여겨져 왔다고 덧붙였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고등법원은 머피의 경우와 유사한 이슬람교도 죄수의 처형에 대해서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이슬람교도 수감자인 도미니크 레이(Dominique Ray)와 머피의 유일한 차이점은 전자는 이슬람교도인 반면, 머피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고등법원의 상충되는 결정은 이슬람교도들이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반대하는 두 명의 재판관인 클라렌스 토마스(Clarence Thomas)와 닐 고서치(Neil Gorsuch)는 사형 집행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헨바흐=장희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