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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범죄(International Conflict)
'5조원 비자금 의혹' 나집 전 말레이시아 총리 공판 돌입
2019-06-26 18:29:55
허서윤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나집 전 총리에 대한 첫 공판이 시작됐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에 대한 첫 공판이 시작됐다.

나집 전 총리는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45억 달러(약 5조 1,000억원) 상당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집 전 총리는 배임, 반부패법 위반, 자금세탁 등 42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날 공판에서는 1MDB의 자회사인 SRC인터내셔널과 관련된 돈세탁 3건, 배임 3건, 권력남용 1건 등 총 7개 혐의만 다뤄졌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SRC인터내셔널을 나집 전 총리의 비자금 '창구'로 주목하고 있다.

▲나집 전 총리는 배임, 반부패법 위반, 자금세탁 등 42건의 혐의로 기소됐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혐의가 상당한 만큼 나집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7개 혐의를 다루는 이번 공판이 한 달가량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혐의에 대한 공판 일정이 오는 15일과 7월 8일에 각각 잡혀 있다.

'나집 전 총리는 법 위에 있는 인물이 아니다'는 검찰 측의 모두 진술과 함께 공판이 시작된 가운데, 나집 전 총리 측은 이날 제기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나집 전 총리는 경제개발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2009년 국영투자기업 1MDB를 설립했다. 그러나 2015년 1MDB의 부채 규모가 13조원에 육박한다는 사실과 함께 나집 전 총리가 5조원 안팎의 공적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작년 5월 나집 전 총리와 전 여당 연합 국민전선(BN)이 총선에서 참패, 한 차례 무혐의로 종결됐던 비자금 의혹은 정권이 교체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나집 전 총리가 본인을 '정치적 보복의 희생자'로 부각시키는 배경이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작년 12월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골드만삭스의 자회사들과 전 임직원 2명 등을 증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공조해 미국 법무부도 같은 해 11월 골드만삭스 동남아시아 사업 대표였던 팀 라이스너 등 전 임직원 두 명을 해외부패방지법 위반과 자금세탁 등 혐의로 기소했다.

▲나집 전 총리는 압둘 라작 후세인 말레이시아 2대 총리의 아들이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2016년 미국 법무부는 1MDB의 고위 간부 4명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4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해당 국영펀드에서 유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1MDB에서 도둑맞은 돈이 전 세계의 비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세탁된 뒤 부동산이나 예술품 등으로 둔갑해 미국에 숨겨져 있다"며 1MDB 자금을 동원해 나집 총리가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가의 부동산과 예술품 등 미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를 밟았다.

법무부가 압류 절차를 밟은 자산 규모는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1,000억 원 수준이다. 1MDB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취한 첫 조치로서 당시까지 법무부가 행사한 최대 규모의 압류 조치로 꼽힌다.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