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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Homicide)
印 자카르타 사회학 교수, 군중집회에서 반군 노래 불러 체포돼
2019-05-13 15:22:51
허서윤
▲자카르타국립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로베르투스 로벳이 시위 도중 옛 군가를 패러디해 불렀다는 이유로 체포됐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 자카르타국립대학의 사회학 교수 로베르투스 로벳가 인권 탄압에 반하는 집회에 참석해 옛 군가를 패러디한 노래를 불러 체포됐다.

로벳 교수는 국제엠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를 공동 설립했으며 1990년대 수하르토 대통령의 실각을 견인한 전국적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인물이다. 로벳 교수는 시위대에 합류해 옛 군가를 패러디해 부르기 시작했다.

로벳 교수가 부른 노래는 수하르토 대통령 독재 시절 반정부 시위대가 즐겨 불렀던 노래인데, 인도네시아 군을 해산되어 마땅한 백해무익한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로벳 교수는 군부의 정계 진출이 내재한 위험성을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20여년 만에 다시 그 노래를 불렀고, 시위대는 당시 현장을 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그 때까지만 해도 로벳 교수는 자신이 부른 노래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전·현직 군부 인사들의 표적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2019년 3월 7일 자정, 인도네시아 경찰은 자택에 있던 로벳 교수를 당국과 공공기관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체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수하르토 독재 시절에는 그 노래를 불러 체포된 사람이 아무도 없다. 로벳 교수는 "1998년 인도네시아를 휩쓸었던 반정부 시위의 영광을 되새기기 위해 노래를 불렀을 뿐"이라며 "자신이 영상을 찍은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 유포한 것도 아닌데 온라인 비방 혐의로 체포된 이유가 심히 궁금하다"고 항변했다.

국제엠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의 상임이사인 우스만 하미드는 "로벳 교수를 향해 제기된 혐의는 군부를 비판하는 로벳 교수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노골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시도"라며 "군부 인사를 정부 요직에 앉히려는 계획을 비판했다고 해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도네시아 정부의 인권탄압과 표현의 자유 억압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운동가들은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명예훼손 방지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운동가들은 정부와 유력 인사들이 온라인 명예훼손 방지법을 악용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08년 제정된 온라인 명예훼손 방지법은 경찰이 용의자를 임의로 구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2016년 개정을 통해 최고형량이 6년에서 4년으로 줄어들었고 미결구금은 폐지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수하르토 독재 시절에는 그 노래를 불러 체포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로벳 교수가 체포되기 일주일 전, 가정주부 사이다 살레 시암란이 왓츠앱 메시지로 한 현지 회사를 모욕했다는 혐의를 받아 10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메시지는 시암란의 이름으로 등록된 SIM 카드를 통해 현지 은행들에 배포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암란의 남편이 2016년까지 재무 책임자로 근무했던 직물회사 'PT 피스마 푸트라 텍스타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메시지였다.

인도네시아 인들이 허리에 두르는 '사롱'을 제조하는 푸트라 텍스타일은 시암란과 남편을 고소했고, 경찰은 두 사람을 심문했다. 두 사람은 문자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시암란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고, 해당 메시지가 전송된 시점에 이미 전화번호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해당 휴대전화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실패했고, 시암란의 SIM 카드를 당시 누가 소유하고 있었는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더욱이 해당 문자메시지는 자바어로 작성됐는데, 시암란은 자바어를 쓰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증거가 부실한데도 시암란은 법원에 기소되어 10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와치 인도네시아 지부의 안드레아스 하르소노는 "증거가 부실한데도 억압적인 명예훼손 방지법 때문에 사람들이 감옥에 갇히고 있다"며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뚜렷한 증거도 없이 왓츠앱 메시지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감옥에 보낸다면 인도네시아 표현의 자유가 심각한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우스꽝스럽고 불합리한 사건은 또 있다. 고등학교 회계담당자로 일하는 누릴 마크눔은 교장이 보낸 음란 전화를 녹음했다는 이유로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학교 교장이 녹음파일이 온라인에 떠돌아다닌다며 마크눔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마크눔은 일자리를 잃고 2개월째 구금되어 있다. 현재 항소를 준비 중이다.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명예훼손 방지법은 현재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태국, 캄보디아, 싱가포르, 미얀마가 온라인 명예훼손 방지법을 제정해 대중의 비난과 비판을 억제하고 있다. 휴먼라이트와치의 필 로버트슨은 "명예훼손죄는 유력인사들이 정적을 가장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수단이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위축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명예훼손 방지법은 현재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