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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범죄(International Conflict)
필리핀 전 경찰총감 "두테르테 대통령, 마약연루 측근 비호"
2019-06-26 18:29:55
조현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범죄에 연루된 측근을 감싸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라이헨바흐=조현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에 대한 범죄 의혹을 제기한 전직 경찰 간부를 향해 "이 자가 왜 아직 살아있는지 군·경에 묻고 싶다"며 "납치·살해는 물론 마약 밀매에 연루된 멍청이의 말을 믿지 말라"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언급한 '이 자'는 에두아르도 아시에르토 전 필리핀 경찰 총경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군과 경찰을 향해 아시에르토를 어서 빨리 살해하라는 지시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아시에르토는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두테르테 대통령의 측근인 중국인 2명이 마약밀매에 연루됐다고 보고한 뒤 해고됐으며 살해위협까지 받고 있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측근이 저지른 범죄는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시에르토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아시에르토가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아시에르토가 내놓은 증거라고는 자신과 측근이 행사에서 함께 찍은사진뿐이라는 지적이다.

부패 혐의로 기소되어 잠적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아시에르토는 실제로 해당 측근 2명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들을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아시에르토는 2017년 12월 경찰청 재직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의 측근인 중국인 2명이 마약 밀매에 연루되어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상관에게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아시에르토가 지목한 측근 중 한 명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경제 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는 마이클 양이다. 아시에르토는 마이클 양이 2004년 필리핀 다바오에서 메타암페타민 제조 시설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2004년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 시장으로 재임했던 시기다.

 

아시에르토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이클 양의 과거를 몰랐을 가능성을 물론 배제할 수 없지만, 혐의가 제기된 만큼 두 측근을 체포해 조사하는 것이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아시에르토는 두테르테 정부의 벌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날렸다. 정부가 마약 소탕 작전을 통해 체포하거나 사살한 마약범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며, 타이완이나 중국과 연계한 거물급 마약범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27년을 몸담은 필리핀 경찰청(PNP)에서 해고된 아시에르토는 자동 소총 허가증을 불법으로 교부, 결과적으로 반군의 무장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아시에르토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소송 중이라며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필리핀 마약단속국 국장인 아론 아퀴노는 "아시에르토 전 총경의 보고서를 받아 대통령궁에 전달한 뒤 관련 조사를 했다"며 "아시에르토가 지목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측근들은 과거 마약 용의자 리스트에 오른 적도 없으며, 조사 결과 마약연루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필리핀 대통령궁은아시에르토가 의혹을뒷받침할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필리핀 대통령궁은 마이클 양이 마약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일체 부인하며, 마이클 양이 운영 중인 필리핀 사업은 남부 사람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살바도르 파넬로 대통령궁 대변인은 "누구나 대통령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아시에르토가 제시한 사진은 야당을 위한 음모론적인 떡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거래에 있어 그 누구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이헨바흐=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