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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테러(Terrorism)
아프간 평화협상, 아프간 정부 배제 구도 형성돼 불만 고조
2019-06-26 18:29:55
김지연
▲잘메리 칼릴자드 특사가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에서 미국 측 대표로 나섰다(사진=ⓒ플리커)

[라이헨바흐=김지연 기자] 18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전을 끝내기 위한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평화협상이 지난 2월 2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됐다.

탈레반 초창기 조직 설립에 참여한 인물 중 하나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등 탈레반 고위 인사로 구성된 협상팀이 파키스탄을 거쳐 도하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서는 잘메리 칼릴자드 특사가 대표로 나섰다. 칼릴자드 특사는 아프간 태생의 미 외교관이다. 부시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국(NSA)에 근무하며 미국의 아프간 침공에 관여하던 인물이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런데 평화협상 시작부터 잡음이 상당하다. 평화협상 테이블에 당연히 올라야 할 아프간 정부가 빠졌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취급하며 "겸상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서둘러 발을 빼려고 탈레반과의 협상에 급급해한다.

아프간 정부가 배제된 것은 양측의 이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아프간 전쟁의 당사자이자 최대 피해자인 아프간 정부로서는 달가울 수가 없는 전개다.

급기야 아프간 정부 인사들은 칼릴자드 특사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칼릴자드 특사가 아프간의 차기 대통령이 되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함둘라 모힙 아프간 국가안보 보좌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칼릴자드가 아프간 정부에 흠집을 내면서 탈레반 위상을 높여주는 이유는 단 한가지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아프간 평화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칼릴자드 특사가 개인적 영달을 위해 아프간 평화협상을 이용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가득 담겨 있었다.

전문가들은 모힙 보좌관의 발언을 두고 "아프간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얼마나 불신하는지 제대로 보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탈레반, 아프간 정부 3자 간의 미묘한 갈등 기류가 폭발 직전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칼릴자드 특사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카타르에서 열린 평화협상의 진척과정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과 소상히 공유했다며 모힙 보좌관의 발언을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데이비드 헤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모힙 보좌관에게 "칼릴자드를 향한 신변잡기식 의혹 제기는 국무부에 흠집을 내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경고하며 "근거 없는 의혹은 양국 관계는 물론 아프간 평화협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 전문가들은 모힙 보좌관의 작심 발언에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모힙 보좌관과 가니 대통령이 매우 각별한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힙 보좌관의 비난은 평화협상에 대한 가니 대통령의 불만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 입장에서는 현재 협상 방식이 유리하다. 미국과 일대일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은 구도를 통해 18년간 이어진 전쟁에서 최소한 '패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아프간 정부, 탈레반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고 과연 평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프간 정부 인사들은 칼릴자드 특사가 개인적 영달을 위해 아프간 평화협상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사진=ⓒ플리커)
[라이헨바흐=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