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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테러(Terrorism)
뉴질랜드, 반자동소총 판매 전면 금지
2019-06-26 18:29:55
허서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모스크 테러의 재연을 막기 위한 강력한 총기 규제안을 발표했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 백인 우월주의자의 무차별 총격으로 50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겪은 뉴질랜드가 사건 6일 만에 총기 규제안을 발표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21일 모든 군대식 돌격용 자동소총과 반자동 소총의 판매를 즉각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대용량 탄창과 범프스톡 등과 같이 소총 발사 속도를 높이는 장치도 일괄적으로 판매가 금지된다.

대량 살상 무기가 테러에 악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뉴질랜드의 의지가 이번 총기규제안을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아던 총리는 총기 규제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본 총기 규제 법안은 크라이스트처치 총격테러에서 사용된 무기를 뉴질랜드에서 완전히 퇴출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던 총리가 발표한 총기 규제 법안은 크라이스트처치 총격테러에서 사용된 무기를 뉴질랜드에서 완전히 퇴출하는데 목적이 있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뉴질랜드 정부는 이미 판매된 개인 소유의 반자동 소총을 사들이는 총기 환매도 고려 중이다. 총기류 환매에 1억~2억뉴질랜드달러(약 780억~155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총격 테러가 발생한지 6일 만에 강력한 총기 규제안을 발표한 뉴질랜드의 발 빠른 행보는 대량 살상 테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미국과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아던 총리의 행보도 조명을 받고 있다. 사상 최악의 테러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피해자인 무슬림을 포용하는 리더십에 전 세계인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뉴질랜드의 이번 총기 규제안은 총기 환매를 제외하면 1996년 포트 아선 총기난사 사건 이후 자동 및 반자동 소총을 전면 금지한 호주의 총기 규제 법안과 상당히 유사하다. 호주는 1996년 태즈메이니아의 유명 휴양지인 포트 아서에서 총기난사 사건으로 35명이 숨진 뒤 자동·반자동 소총과 엽총 사용을 거의 전면 금지하는 엄격한 총기 규제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국의 총기 규제가 질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반자동 소총과 엽총 사용만 금지한 호주와 달리 뉴질랜드는 범프스탁 및 유사 장치, 대용량 탄창 판매까지 금지시켜 향후 개조 가능성까지 차단했다는 점에서 훨씬 강력하다는 평이다. 

뉴질랜드 경찰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는 최소 25만 명의 총기 보유자가 있다. 이들이 최대 150만정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등록된 총기는 4%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질랜드에서는 16세가 넘으면 누구나 총기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18세가 되면 반자동 소총을 구입·사용할 수 있는 자격증도 딸 수 있으며 구입한 총기는 경찰에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총기 규제안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당국의 엄격한 관리와 더불어 총기 보유자들의 자발적인 반납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자진신고 기간 이후에도 총기를 소유한 사람은 최고 4,000뉴질랜드달러(약 312만원)의 벌금형이나 3년 징역형에 받을 수 있다.

아던 총리는 테러 직후 의회 연설에서 폭력을 조장하는 증오 메시지를 퍼뜨리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기술 기업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던 총리는 모스크 테러범처럼 범행 현장을 생중계해 동영상으로 퍼뜨리는 일이 없도록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던 총리는 "플랫폼은 단순 전달자가 아니라 발행인이다"며 "책임이 없는 곳에 수익이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