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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테러(Terrorism)
IS, 사막 송로버섯 채취자 납치 횡행…종파갈등 조장 촉각
2019-06-26 18:29:55
유수연

[라이헨바흐=유수연 기자] IS가 안바르주를 중심으로 사막 송로버섯 채취자들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고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약 49명이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에서는 뼈가 없는 고기를 먹고 싶다는 성모마리아를 위해 신이 사막 송로버섯을 따서 선물했다는 민담이 예부터 전해 내려온다. 그래서인지 이라크 사람들은 사막 송로버섯을 귀하게 여긴다.

사실 사막 송로버섯의 맛과 향은 유럽 송로버섯에 비할 바는 못 된다. 하지만 이라크 사람들은 고기를 씹는 듯한 질감과 미묘한 맛 때문에 사막 송로버섯을 맛있는 한 끼 식사로 생각한다. 사막 송로버섯이 풍부한 이라크 안바르 주에서는 거의 모든 가정이 저마다 다른 송로버섯 요리 비법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더욱이 사막 송로버섯은 이라크 현지 시장에서 0.4kg당 6달러에 판매된다. 이라크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꽤 높은 가격이지만 수요에 큰 변동이 없다. 사막 송로버섯 채취자들이 폭염, 전갈, 독사, 이슬람국가(IS) 등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사막으로 향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안바르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는 모하메드 살라 야신은 송로버섯 채취자다. 그는 사막 송로버섯을 채취하러 나갔다가 IS에 납치되었던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야신은 사막에서 픽업트럭 2대에 나눠 탄 군복 입은 남성들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그곳은 자신만이 아는 송로버섯 군락지로서 인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남성들은 IS 무장대원들이었다. 그들은 야신을 보자마자 차에 올라타라고 지시했다. 무장한 IS 무장대원들 앞에서 야신은 순순히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야신은 그렇게 IS의 포로가 됐다.

송로버섯 채취자 납치는 IS가 자행하고 있는 테러 활동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의 점령지를 대부분 상실한 이후 민간인들을 향한 테러 활동이 더욱 심해지는 모양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검문소 총격이나 민간인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테러 자금 모집과 더불어 종파 분쟁의 불을 지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IS는 수니파 송로버섯 채취자는 몸값을 지불하면 보통 풀어준다. 수니파인 야신의 경우가 그랬다. 하지만 채취자가 시아파 신도인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포로 신세가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 몸값을 지불해도 생사가 불투명하다. IS는 시아파 무슬림을 이단자로 간주해 참수하거나 화형에 처한다.

이라크 당국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이라크를 휩쓸었던 종파 갈등을 재연하기 위해 IS가 이 같은 테러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부 알리 알-바스리 이라크 정보국 수장은 시아파 정치인들이 송로버섯 채취자 납치 문제를 구실 삼아 수니파 신도를 향한 언어폭력을 정당화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도를 넘은 언어폭력이 언론에 조명되기라도 하면 일련의 새로운 폭력을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촌 5명과 함께 납치되었던 야신은 5만 달러를 몸값으로 지불하고 사촌들과 함께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함자 카드힘 알-주보리의 운명은 달랐다. 알-주보리는 시아파 농부이다. 그는 형제 둘, 조카, 이웃 두 명과 함께 송로버섯을 채취하러 갔다가 IS에 납치되었다. 야신처럼 군복을 입은 남성들에 의해 납치되어 지하터널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지하터널에서 수니파 포로와 시아파 포로에 대한 IS의 대접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수니파 포로들은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을 수 있었지만, 알-주보리와 같은 시아파 포로들은 하루 한 끼에 물 한 컵으로 버텨야 했다. 또한 수니파 포로들은 기도회에 참석하거나 수갑을 차지 않아도 되었지만 시아파 포로들은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없었다.

어느 날 IS가 수니파 포로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고향을 적었고, 알-자보리의 차례가 되었을 때 IS는 그를 '이단자'라고 불렀다.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었다. 그날 밤 알-주보리는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행은 탈출하지 못했다.

알-주보리는 맨발로 일주일이나 사막을 걷다가 송로버섯을 채취하러 온 베두인 사람들에 의해 구조되어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집에 다시 돌아온 지 3일 후, 알-주보리는 형제 조카가 살해되었다는 비보를 접하게 된다.

그날 이후 알-주보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하루 종일 휠체어에 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맨발로 사막을 횡단하면서 발생한 부상과 가족을 버리고 혼자 도망쳤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이라크에서는 뼈가 없는 고기를 먹고 싶다는 성모마리아를 위해 신이 사막 송로버섯을 따서 선물했다는 민담이 전해 내려온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사막 송로버섯은 이라크 현지 시장에서 0.4kg당 6달러에 판매된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이라크에서 IS가 송로버섯 채취자들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고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사진=ⓒ플리커)

 

[라이헨바흐=유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