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ing
국제 테러(Terrorism)
여성 자폭 테러범 늘어나는 이유…성 평등에 대한 환상으로 유혹
2019-05-28 17:59:33
김지연
▲1985년부터 2006년까지 총 자폭 공격의 약 15%가 여성 테러리스트였다(사진=ⓒ123RF)

[라이헨바흐=김지연 기자] 테러 집단이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여성을 유혹해 자살폭탄테러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자살폭탄 사건이 발생해 경찰을 포함해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고 테러범은 사망했다. 

이 사건은 2015년 이후 튀지니에서 발생한 첫 폭탄 공격이라는 것 외에도 테러범이 여성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됐다.

전 세계적 추세

미아 블룸의 저널 '자살폭파범: 전 세계적 추세'에 따르면, 처음으로 기록된 여성 자폭 테러범은 레바논 출신의 17세 소녀 사나아 메하이달리다. 1985년 메하이달리가 이스라엘에서 감행한 자살폭탄 공격으로 이스라엘 군인 다섯 명이 사망했다.

이후 여성 자폭 테러범이 스리랑카와 터키, 체첸공화국, 이라크 등 다른 나라에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블룸에 따르면, 지난 1985년부터 2006년까지 총 자폭 공격의 약 15%가 여성이 자행한 것으로, 숫자로 따지면 220명에 달했다.

폭력과 테러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관심은 2005년 벨기에 출신 뮤리엘 디가우크가 이라크에서 자폭 공격을 자행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디가우크는 유럽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자폭 공격을 단행했다. 이 공격으로 다섯 명의 경찰이 목숨을 잃었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테러 집단이 공략하기 더욱 쉬운 여성을 타깃으로 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테러 집단은 여성 멤버들을 다른 여성과 십대 청소년을 유인하거나 전사들에게 선사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국가(ISIS)의 경우 남성들을 유인할 때 돈과 여자를 미끼로 내세우기도 한다.

여성이 자폭 공격 자행하는 이유

블룸은 여성과 남성 자폭 테러범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의 경우 복수, 탈출, 명성, 평등을 위한 싸움 등을 위해 테러 집단에 가입하지만, 여성의 경우 정치적 평등뿐 아니라 성 평등을 위해 싸운다는 명분으로 테러 집단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블룸은 "여성은 미리 정해진 운명에서 탈출하는 통로로 테러집단에 가입한다"며 "여성이 인간 폭탄이 되면 이들은 단지 한 국가나 종교, 지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성을 결고 싸움에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러 집단은 여성들의 성 평등에 대한 열망을 이용하기도 한다. ISIS의 경우 가정부터 일터, 교회, 정치,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성차별의 굴레를 깨뜨린다는 내러티브를 제시하며 여성들을 유인한다.

테러 집단은 또한 각 정부의 대테러 조치가 여성들에게는 더욱 관대하다는 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의심을 덜 받기 때문이다. 전통적 성 역할은 여성을 돌보는 사람이나 양육자로 규정하고, 분쟁을 해결할 때 남성보다 평화적인 방법을 택하며 여성은 태생적으로 온건하고 타협적이고 수용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강요한다.

헨리잭슨학회의 극단주의 및 테러리즘 센터(CRT) 소장인 니키타 말릭은 "여성 테러범은 우정과 소속감을 제공하는 매우 결속력이 강한 집단의 일부가 된다는 생각에 끌린다"며 "이처럼 새로운 생활은 극단주의와 자기희생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결국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폭탄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력을 무엇으로 대체해야 할까

역사적, 통계학적으로 여성은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터에서 차별받고 가정에만 몰두하도록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무슬림 여성은 무슬림 공포와 증오 범죄 등으로 이중 차별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과 열악한 어린시절,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등 여러 가지 요인이 합쳐져 여성들을 폭력적 해결책을 내몰게 된다. 여성들은 테러 집단에서 직접 공격을 감행하거나 많은 전사를 잉태하는 방식으로 정치 및 성 평등을 누릴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말릭 소장은 이러한 여성들에게 폭력 외 대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가치를 되살리고 여성이 극단주의에 대항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또한 테러 집단이 추종하는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도전해 이러한 극단주의가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퍼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은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사진=ⓒ123RF)
[라이헨바흐=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