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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테러(Terrorism)
뉴질랜드 모스크 총격테러, 공공 안전에 의구심 야기
2019-06-26 18:29:55
허서윤
▲뉴질랜드에서 50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총격 테러가 벌어졌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 이른바 범죄 청정 국가로 불려 온 뉴질랜드에서 지난 15일 발생한 최악의 총격 테러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주 국적의 브렌턴 태런트가 주도한 이번 테러로 알누어 모스크와 린우드 마스지드 모스크에서 모두 합해 50명이 사망했다. 40여 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만큼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뉴질랜드에서 총격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합해 69명에 불과하다.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가 재임했던 1999년부터 2008년 사이에 종교나 인종 문제와 관련된 살인 사건은 전무했다.  

뉴질랜드는 총기 소지가 합법인데도 불구하고 총기 소유율이나 범죄율이 미국보다 현저히 낮다. 인구 100만 명당 1.87명이 총기로 사망한다. 호주 10명, 캐나다 5.4명, 미국 106명에 비하면 극히 낮은 수치다. 

 

물론 뉴질랜드에서 대형 총격 사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에 아라모아나의 작은 해변 마을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예다. 당시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13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그러나 아라모아나 사건은 33세인 한 실업자가 이웃과 싸우다 격분해 벌어진 사건이었다. 인종 우월주의나 종교적 극단주의와는 무관했다.  

아라모아나 총격 사건은 반자동 소총 규제 개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총기협회의 막강한 로비 활동으로 인해 여러 허점을 가지고 있었다. 16세 이상의 청소년과 성인은 총기 소유 허가증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 따로 허가를 받을 필요없이 일반 소총이나 산탄총을 보유할 수 있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하면 총기 구매가 상당히 수월했다. 

이슬람 모스크를 겨냥한 이번 테러는 이러한 맹점들을 표면화한 셈이 되었다. 저신다 아던 현 총리는 테러 직후 기자 회견을 열어 수일 내에 총기 규제 강화법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테러 당시 뉴질랜드 경찰의 대응은 신속했다. 태런트의 범행 시작 직후 경찰은 도시 일부를 폐쇄하고, 방송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주민들에게 위험을 알렸다. 정부기관·학교·병원 등도 일제히 문을 닫았다. 뉴질랜드 전역의 모스크도 폐쇄했다. 경찰 당국은 오후 6시부터 순차적으로 도시 폐쇄 조치를 해제했다.

▲총격 테러를 겪은 무슬림 이민자들이 뉴질랜드의 공공 안전에 의구심을 표하기 시작했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하지만 무슬림 이민자들은 이민자들의 천국으로 불리었던 뉴질랜드의 공공 안전에 의구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야스민 알리는 "뉴질랜드는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뉴질랜드에 가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히잡을 쓰고 다녀도 안전하게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믿음에 이끌려 이민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변했다"고 울먹였다. 알리의 삼촌은 총격 테러 당시 부상을 입어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던 총리는 총기 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시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벌써부터 가지고 있던 총기를 자진 반납하는 사람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충격과는 별개로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시민들이 먼저 생각하는 모양새다. 정책만 뒷받침된다면 이번 사건은 더욱 안전하고 평화로운 뉴질랜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