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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테러(Terrorism)
[공포의 전도사]美 진정한 테러리스트는 우익?…케이블 뉴스가 보도 꺼리는 이유
2019-05-21 15:31:41
유수연
▲미 국토안보부가 미국 영토 내에서 테러리즘이 상승 추세라고 발표했다(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라이헨바흐=유수연 기자] 미국 내 우익 세력에 의한 테러리즘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정계와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2009년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정보분석사무소는 미국 내 테러리스트 공격이 우익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부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8년 대통령 선거 결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당선됐으며, 경제적 불황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미국의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테러 공격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DHS 보고서에 대한 공화당의 반응

당시 공화당원들은 DHS의 이 보고서에 분노를 표했다. 공화당원들은 자넷 나폴리타노 DHS 장관에게 보고서 철회를 요구했다. 

공화당원들은 2010년에 DHS 정보 분석가들이 미국 영토 내 테러리즘을 연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지난 2017년 워싱턴 포스트에 실렸다.

저널리스트 맷 이겔시아스는 "만약 미국의 우익 극단주의가 급증하고 있다는 이 보고서가 정확하지 않았다면 그저 정치적 격차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나이가 많은 백인 보수주의자들과 국가 우월주의자들, 우익 미디어 산업 단체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작은 이슈였을 것이다.

▲DHS의 보고서는 공화당의 분노를 샀다(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진실을 예언하다

현 상황에서 이 보고서를 다시 돌아보면 진실을 예언했다고밖에 묘사할 수 없다. 이 보고서는 마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중 하나가 사실로 밝혀진 것과 같았다.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연방 정부의 국토 내에서 테러 활동을 일으키고 민주당 인물들에게 폭탄을 우편으로 보내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사건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우익을 대변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의 등장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디어 분야, 특히 TV 분야는 우편 폭탄과 같은 행위나 테러 행위에 대해 용어를 붙이고 설명하기를 꺼렸다. 이런 행위는 특정 인구 통계 집단을 공포에 빠뜨리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망설인 이유 중 일부는 용어의 의미상 차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과 뉴스 네트워크 자체가 그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뉴스 네트워크는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뉴스를 시청해주길 바랐다.

메긴 켈리

케이블 뉴스가 미국 대중의 담론을 어떻게 비꼬았는지는 토론의 사료뿐만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NBC 뉴스의 앵커인 메긴 켈리가 겪은 일을 생각하면 이런 일들이 미국 민주주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초 폭스 뉴스를 떠난 켈리는 NBC 뉴스에서 '흑인 분장'에 대해 발언한 것이 문제가 돼 퇴출당했다. 진보 성향인 NBC로 옮긴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때 발생한 일이다. 켈리의 몰락은 갑작스러운 것이었지만, NBC는 재빨리 이 기회를 이용하면서 켈리를 퇴출하고 방송사의 이미지를 지켰다.

NBC가 애초에 켈리를 고용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켈리는 폭스 뉴스의 간판 앵커였지만 NBC로 옮겨 온 이후로는 폭스 뉴스에서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켈리는 NBC에서 아침 시간대 뉴스와 일요일 저녁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때때로 시청자들이 듣기에 불쾌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흑인 분장' 발언 사건 이후 켈리는 퇴출당했다.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가 망설이는 이유

다른 뉴스 네트워크가 폭스 뉴스의 간판스타를 영입하려고 노력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폭스 뉴스는 평점이 매우 높았으며 이 뉴스를 진행한 앵커는 다수의 팬을 보유하고 있었다. 쇼의 성공은 뉴스나 새로운 소식을 알리는 것보다도 백인 보수주의자인 핵심 청중을 만족시킨 방식에 달려있다. 

이런 특수한 관점에서 볼 때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가 우익 단체의 테러리즘 행동을 '테러'라고 명확하게 지목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된다.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는 폭스 뉴스처럼 나이가 많은 주요 시청자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폭스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나이든 백인 보수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폭스 뉴스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폭스 뉴스는 자기가 정의하려는 정신에 절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쇼가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백인 우월주의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판단할 수 없다.

▲일부 케이블 뉴스 채널이 미국 내 테러 사례를 보도하는 것을 꺼리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폭스 뉴스는 블랙 라이브 매터 지지자, 반파시스트 그룹, 전 세계 이슬람교도, 이민자, 트랜스젠더, 민주당원, 일반 유권자들을 두루 살펴보고 시청자들에게 설득과 확신을 전달하려고 한다. 즉 이 뉴스는 정보를 제공하기 이전에 '백인이 지배하는 미국'이 아직 괜찮다는 사실을 주요 시청자층에게 알려주고자 노력한다.

폭스 뉴스는 여전히 주류 방송국이지만 미국 내 테러를 보도하는 데는 극단적으로 왜곡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뉴스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방송을 보도록 붙잡아 두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테러리즘의 물결에 시달리고 있음을 암시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적인 주요 시청자층은 소외되고, 좌파 성향의 시청자층은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는 자국 내 테러를 정치적 테러 등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폭스 뉴스의 정치 평론가 터커 칼슨이 한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라이헨바흐=유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