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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범죄(International Conflict)
홍콩, 야생동물 밀거래 허브 '등극'
2019-05-13 17:48:28
장희주
▲홍콩이 중국과 직접 연결된 지리적 특성에 힘입어 글로벌 야생동물 밀거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

[라이헨바흐=장희주 기자] 홍콩이 야생동물 밀거래 허브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쥘 기세다.

해상 무역이 발달한 데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희귀동물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과 직접 연결된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중국은 약재용 희귀동물 수요가 굉장히 높다. 이 때문에 형성된 암시장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이 원하는 야생동물은 대부분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종인데, 주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 서식하고 있다.

최근 홍콩 세관은 천산갑 비늘 300kg을 적발했다. 개미핥기를 닮은 천산갑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멸종 위기종이다. 천산갑 8종류 중에 4종이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 

천산갑 비늘은 중국에서 전통 약재로 인기가 높다. 류머티즘성 발열을 억제하는 부적을 만들기도 하고, 비늘을 빻은 가루는 한약재로 사용된다. 

또한, 중국 남부 부유층 사이에서는 정력에 좋고 관절염과 천식, 요통 치료 효과가 있다는 소문 때문에 천산갑 고기가 고급 식재료로 쓰인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기 마련이다. 천산갑이 서식하는 국가들은 천산갑을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밀렵 적발 시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천산갑 밀매로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이 더 크다 보니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홍콩에서는 천산갑 비늘 37g이 미화 38달러, 한화 4만 원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야생동물 보호단체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홍콩 세관이 적발한 천산갑 사체와 천산갑 비늘이 총 43t에 달한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홍콩에서 적발한 천산갑의 양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밀매된 양의 4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히 압도적이다. 

▲홍콩에서는 천산갑 비늘 37g이 미화 38달러, 한화 4만 원에 팔린다(사진=ⓒ게티이미지)

지난 몇 년간, 여러 국가가 야생동물 밀거래를 막기 위해 법을 강화했다. 야생동물 개체 수 감소로 인한 생태학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밀거래 때문에 발생할 범죄와 치안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홍콩은 이례적으로 이러한 추세를 거슬렀다. 야생동물 밀매를 막으려는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더불어 중국 한약재의 본거지 광둥성과 공예산업의 메카 푸젠성이 인접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두 지역 모두 야생동물 수요가 중국에서도 가장 높다. 

홍콩 세관 당국은 지난 5년간 7,100만 달러 상당의 야생동물 밀수품을 압류했다. 지난 10년 사이 홍콩으로 밀수된 희귀동물의 종류는 57% 늘어났고, 금액은 17배로 폭증했다. 물론 야생동물 밀수품 대부분이 천산갑, 코끼리 상아, 모피였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홍콩은 야생동물 밀매를 심각한 범죄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동물 밀매를 조직범죄로 규정하고 자산을 동결하고 몰수하는 등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이헨바흐=장희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