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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Homicide)
엘 차포, 국립 정유 회사뿐 아니라 정부·군부대까지 '매수'
2019-05-28 18:40:31
장희주
▲엘차포는 콜롬비아의 반란 단체 FARC의 도움을 받아 코카인을 운반했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라이헨바흐=장희주 기자] '호아킨 엘 차포 구즈만 로에라'가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을 통해 남아메리카로부터 멕시코까지 마약을 운반한 정황이 밝혀졌다. 

전 콜롬비아 마약상인 '조지 밀튼 시퓨엔테스 빌라'는 뉴욕에서 열린 엘 차포의 재판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전문 매체에 따르면, 브룩클린 연방 법원에서 배심원들에게 엘 차포와 FARC 리더의 전화통화 내용이 공개됐다고 한다.

엘 차포의 거래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엘 차포의 마약거래 정황 증거를 처음으로 입수할 수 있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화통화는 2010년 5월에 녹음됐으며 엘 차포는 FARC로부터 구입하려고 했던 6t의 코카인을 가지고 협상하는 대화를 나눴다. 이러한 과정에서 콜롬비아 정부와의 무장 갈등을 보조해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 거래에서 엘 차포는 코카인 2t은 현금으로 지불할 것을 요구받고, 나머지 4t은 시퓨엔테스의 재산을 연대 보증해 신용담보로 구매했다. 또한 엘차포는 조카를 콜롬비아로 보내 돈을 내기 전까지 FARC의 인질로 살게 했다.

FARC의 대표가 1kg의 코카인을 미화 2,100달러라며 엘 차포에게 2,000달러로 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 역시 담겨있다. 

▲엘차포는 FARC가 콜롬비아 정부에 대항할 수 있도록 무기를 제공했다(사진=ⓒ셔터스톡)

이 녹음본은 시퓨엔테스의 증언을 위한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시퓨엔테스는 2013년 미국으로 송환돼 마약 거래와 돈세탁에 연루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는 엘차포의 시날로아 마약 카르텔 아래에서 일하며 멕시코에서 에콰도르로 코카인을 운반했다는 것을 시인했고, FARC와 세력을 겨루던 우익 집단의 암살단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것 역시 인정했다. 

이 녹음본에 담긴 내용과 맥락은 배심원들이 이해하기 힘들었던 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도 했다. 녹음본의 한 부분에서 구즈만은 2.5t의 코카인을 현금으로 사겠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2t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 거래가 성사됐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시엔퓨테스가 연대 보증으로 사용됐던 자산은 FARC로 넘어가지 않았다. 시엔퓨테스도 엘 차포가 현금으로 사겠다던 2t의 코카인의 거래가 실제로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 녹음본은 시엔퓨테스가 카르텔끼리 소통하는 것을 정부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암호화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고용했던 시스템 엔지니어의 실수로 공개되게 됐다. 이 엔지니어는 이후 암호화 소프트웨어의 라이센스 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정보를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 차포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시엔퓨테스는 이 마약 카르텔이 정부와 군대에게도 뇌물을 바쳤다고 설명했다(사진=ⓒ셔터스톡)

페멕스 거래

FARC가 노출된 것은 엘 차포가 자신의 마약 카르텔에게 사업적으로 득이 되는 게릴라 집단이나 정부나 군부대에 고위층과 거래한 단적인 예일 뿐이다. 

증언 2일째, 시엔퓨테스는 배심원단에게 그는 엘 차포가 소유한 시에라 마드레 산맥에 있는 엘 로블(El Roble) 목장에 있으며, 그곳에서는 멕시코의 국립 정유 회사 '페멕스'의 대표들과 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FARC와의 협상이 결렬됐던 것처럼 페멕스와의 계약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시날로아 카르텔이 어떻게 고위층에 뇌물을 상납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정부·군부대의 뇌물

시엔퓨테스는 법정에서 카르텔이 어떤 식으로 군부대에 뇌물을 상납하며 마약을 멕시코로 배송했는지 이야기했다. 

그는 콜롬비아에서 에콰도르까지 국제 해협을 통해 마약 밀매를 계획했다. 에콰도르에서 그들은 군인 대령에게 코카인 1kg마다 100달러를 지불했다. 이는 총 60만 달러 상당의 마약으로 군용 트럭에 실려 콜롬비아 국경으로부터 퀴토와 과야킬에 있는 창고로 배송됏다.

시엔퓨테스는 다음 단계에서 코카인은 해협을 통해 배송됐다고 한다. 그는 페루의 고기잡이 배 여러 대를 고용해 마약을 실었으며 에콰도르의 일꾼들은 빠른 배에 마약을 싣고 국제 해협의 북쪽으로 이동했다. 이 마약은 참치잡이 배로 옮겨져 멕시코에 근접하게 됐고 다시 빠른 배에 옮겨져 해안가로 배송됐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마약이 실린 배를 보호하기 위해 시엔퓨테스는 에콰도르의 해군에게 20만 달러의 뇌물을 지불했으며, 이는 미국 해군의 배가 에콰도르 해안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는 대가였다.

[라이헨바흐=장희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