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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범죄(International Conflict)
21세기의 홀로코스트…미국에 퍼지는 반유대주의
2019-05-28 18:44:39
조현
▲반유대주의는 미국에 사는 유대인 공동체의 삶을 위협한다(사진=ⓒ픽사베이)

[라이헨바흐=조현 기자] 컬럼비아대학의 유대인 심리학과 교수 엘리자베스 미들라스키의 사무실에는 두 개의 스와스티카와 반유대주의 낙서가 쓰여 있다. 

77세의 미들라스키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글을 쓴 바 있으며 여러 차례 반유대주의자들의 표적이 돼 공격당했다.

미국은 자유를 중시하는 국가다. 이 나라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생활 방식, 신념, 문화, 종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 나라에는 이민자들이 많다. 

필리핀, 중국, 멕시코, 인도,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살고 있다. 미국에 이민자들이 도착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무렵이다. 그러나 이런 다양성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주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으며 극심한 인종 차별을 겪기도 했다.

미국은 기회의 땅으로도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소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며 미국으로 모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유대인들 또한 인종 차별을 겪으며 살았다.

경찰들은 미들라스키 교수의 사무실을 조사한 후 이 낙서들이 증오 범죄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미들라스키는 "대단히 충격받았다. 내가 본 것이 사실인지 믿을 수 없어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런 사건이 대학교수의 사무실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대중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이런 공간에서 증오 범죄에 가까운 내용을 담은 그라피티가 발견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또한, 이 낙서에는 이드(Yid)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이드는 이디시어(Yiddish)에서 온 말인데 이디시어는 과거에 중앙 및 동부 유럽에서 유대인들이 쓰던 말이다. 현재는 유대인들을 비하하는 별명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경찰 당국은 용의자가 어떻게 미들라스키 교수의 사무실에 침입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대학 측은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에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학에서 발행한 신분증이나 정부에서 발행한 사진이 붙은 신분증이 없으면 학교 교수들의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덧붙였다.

대학의 학장 토마스 베일리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을 상대로 한 이 악의적인 반유대주의 침략 행위에 대해 분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들라스키 교수는 이전에도 반유대주의 공격 사건을 겪은 적이 있다. 지난 2007년에도 그녀의 사무실 문에 스와스티카 기호가 그려진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반유대주의 사건이 발생했다.

반유대주의는 최근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미국에 사는 수많은 유대인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증오 범죄는 그들의 삶을 위협한다.

반 명예훼손연맹(ADL)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폭력, 위협, 파괴 행위, 반유대주의 포스터 부착 등 반유대주의 행위가 57%나 증가했다.

작년 11월 기준 뉴욕 주에서만 168건이 넘는 반유대주의 사건이 경찰에 보고됐다.

또 뉴욕 브루클린 전역에 '쥐새끼 같은 유대인들은 죽어라' 등의 내용이 담긴 그라피티가 그려졌다. 맨해튼에서는 두 개의 스와스티카가 발견됐다.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서는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당했다.

1985년에는 한 남성이 유대인 가족 4명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애틀랜타 에모리대학 역사학 교수인 데보라 립스타트는 "미국에 사는 유대인들이 맘 편하게 산 적이 없다. 이들에 대한 음모론은 늘 존재한다. 미국에 사는 유대인들이 어떻게 변하든 상관없이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91세의 모쉬 타우베는 "이런 악마 같은 일은 홀로코스트를 떠올리게 만든다.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최근 벌어진 사건은 인종 차별이 얼마나 더 심각해질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반유대주의자들은 폭행, 위협, 기물 파손, 포스터 부착 등의 행위를 저지른다(사진=ⓒ위키피디아)
[라이헨바흐=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