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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Homicide)
전 세계적으로 속출하는 트렌스젠더 대상 혐오 범죄, 해결책은 없을까
2019-05-28 23:55:17
유수연
▲LGBTQ 커뮤니티의 한 일원은 하레츠와의 인터뷰에서 트렌스젠더와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사진=ⓒ플리커)

[라이헨바흐=유수연 기자] TMM(Trans Murder Monitoring, 트렌스젠더 대상 증오 범죄 감시) 프로젝트 대변인인 루카스 베레도(Lukas Berredo)에 따르면, 트렌스젠더를 비롯해 다양한 성 지향성을 지닌 사람들이 포함된 LGBTQ 커뮤니티는 전 세계적으로 부당 취득, 신체적, 성적 폭행, 살인 등 끔찍한 증오 범죄의 목표물이 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3,000여 명의 트렌스젠더가 살해되었다. LGBTQ 인구의 주된 사망 원인 중에 총기 난사, 칼부림, 구타 등이 포함될 정도였다. 한편 지난 12개월간 발생한 살인 사건 중 369건의 피해자가 트렌스젠더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은 지난 1년간 167명의 살인 사건이 발생해 성소수자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로 밝혀졌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Haaretz)에 따르면, TMM 대변인 베레도는 두 번째로 위험한 국가는 멕시코로 동일 기간 내 71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다음으로 미국에서는 28건의 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권 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 웹사이트에 따르면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가해자들은 주로 지인, 배우자 등 면식범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일면식이 없는 사람에 의한 범죄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보면, 트렌스젠더 살해 사건의 공통된 원인은 가해자가 가진 편견,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 그리고 피부색 등이었다.

트렌스젠더 추모의 날

하레츠에서 인용한 바와 같이 세계적으로 번성하고 있는 트랜스포비아(트렌스젠더 혐오) 증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매년 11월 20일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 열린다.

NBC 워싱턴 뉴스에 따르면, 트렌스젠더 추모의 날이 처음 생긴 것은 1999년 리타 헤스터(Rita Hester)라는 트렌스젠더 여성의 납치, 살해사건이 발생한 후 그웬돌린 앤 스미스(Gwendolyn Ann Smith)라는 이름의 트렌스젠더 작가가 주도하면서다. 시간이 흐르며 트렌스젠더 추모의 날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스미스는 NBC 방송에 나와 "트렌스젠더 추모의 날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대화의 주제가 되며, LGBTQ 커뮤니티의 일부로 자리 잡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뜻 깊고 가슴 벅찬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인권 캠페인의 언론담당비서인 새라 맥브라이드(Sarah McBride)는 "추모의 날을 지정함으로써 트렌스젠더 유색인종 여성(특히 흑인 여성)을 보호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차별과 폭력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투쟁

인권 캠페인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트렌스젠더 혐오 등 복합적 이슈들이 결합돼 트렌스젠더들의 고용, 주택, 건강보험 등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맥브라이드는 NBC 뉴스와의 회견을 통해 트렌스젠더 커뮤니티 구성원에 대한 살인 사건은 "트렌스젠더들에 대한 증오와 편견이 갖는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2018년 미국 내 성소수자 대상 혐오범죄 실태 보고서'라는 제목의 인권 운동 보고서에서, 피해자의 82%는 유색인종 트렌스젠더 여성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이 인종 차별 때문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국립 트렌스젠더 평등권 운동 센터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마라 키슬링(Mara Keisling)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소외계층이라 여겨져 온 이들 역시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키슬링은 "유색인종뿐 아니라 저소득층, 이민자, 여성이어도 트렌스젠더 혐오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젊고 흑인이고, 저소득층인 트렌스젠더 여성이라면 사실상 걸어 다니는 과녁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등 여러 가지 혐오 범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사진=ⓒ플리커)

하레츠 웹사이트에 게재된 데이터를 보면 지난 10년간 발생한 혐오 범죄 피해자의 3분의 2는 성매매 업종 종사자들이었다. 미국 내 트렌스젠더 여성 살인사건 피해자들 중 4분의 3은 소수인종집단 출신이었고, 3분의 2는 35세 미만이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포루투갈, 스페인 등 유럽에서는 피해자의 65%가 이민자 가정 출신이었다는 통계도 있다.

NBC 뉴스와 인권 캠페인에서는 가장 최근 발생한 트렌스젠더 혐오 범죄 피해자 셋을 기리며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키아라 미나즈 카터 프레지어(Ciara Minaj Carter Frazier)

프레지어는 2018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22번째 혐오 범죄의 피해자였다. 그는 지난 10월, 시카고 웨스트사이드의 어느 폐건물에서 살해되었다. 흑인 트렌스젠더 여성이었던 프레지어는 그날 저녁 9시 30분경 수차례의 자상을 입은 채로 이웃들에게 목격되었다.

크리스타 레이 스틸-너슬리엔(Christa Leigh Steele-Knudslien)

인권 캠페인에 따르면, 너슬리엔은 42세 트렌스젠더 여성으로 1월 5일 미 매사추세츠주 노스 애덤스에 위치한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그는 '미스 뉴잉글랜드 트렌스젠더'를 비롯한 각종 성소수자 미인 대회 등을 개최해 트렌스젠더 커뮤니티 내에서도 유명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비키 거티레즈(Viccky Gutierrez)

거티레즈는 온두라스 출신의 33세 트렌스젠더 여성으로 지난 1월 10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온몸에 자상을 입고 사체가 태워진 채 발견되었다. 거티레즈를 알던 친구, 지인들은 그가 "라틴계 이민자 여성으로 웃는 모습이 예뻤고 주변인들을 편안하게 대해 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트렌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는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라이헨바흐=유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