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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Homicide)
이스라엘軍, 인도주의 의료 요원 '사살 의혹'?
2019-05-14 09:38:26
허서윤
▲이스라엘군은 의료 요원 3명을 사살했다(사진=ⓒ셔터스톡)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 이스라엘군이 전선에서 의료 요원을 고의로 살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작년 6월 1일, 의료봉사자 라잔 알 나자르가 이스라엘군이 쏜 총탄에 맞아 숨을 거뒀다. 그녀는 이스라엘이 건설한 분리장벽 근처에서 '위대한 귀향 행진' 중에 다친 팔레스타인인을 치료하던 중이었다. 당시 나자르는 21살이었다.

나자르의 죽음은 팔레스타인인들은 물론 인도주의적 구호 요원들의 슬픔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더불어 최전선에서 뛰어다니는 의료 요원의 보호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도움을 호소하는 계기가 됐다.

의료 요원 보호

의료 요원 보호는 지난 1864년 1차 제네바협약을 통해 이미 보장된 사안이다. 

1949년 제네바회의에서 최종 채택된 제네바협약은 전지에 있는 군대의 부상자와 병자의 상태 개선에 관한 조약, 해상에 있는 군대의 부상자, 병자 및 난선자의 상태 개선에 관한 조약, 포로의 대우에 관한 조약, 전시에서 민간인 보호에 관한 조약 등 4개 조약으로 구성돼 있다.

의료부대, 의료시설, 병원선, 의료지대 등의 보호는 첫 번째 조약에 포함된다. 적군이라도 의무병·의무부사관·군의관 등의 의무 요원을 공격할 수 없다. 

의무 요원이 호신용 무기 외의 살상 무기를 소지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의무 요원은 '적이 자신과 자신이 보호해야 할 환자를 공격하려는 경우'에만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제네바협약이 무색하게 의무 요원이 죽거나 다치는 사건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나자르를 포함해 의무 요원 3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살됐다. 

나자르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아스마 쿠다이는 미국 통신사 AP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장에서 일할 때는 언제든 죽거나 다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스라엘군이 의료진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014년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알 메잔을 공격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총 11명의 의무 요원이 사망하고 앰뷸런스 24대가 전소됐다. 

이스라엘 측은 이런 사실을 부인하며 '예기치 않은 사고였을 뿐'이라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 전투 매뉴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스라엘의 전투 매뉴얼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은 제네바협약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의 전투 매뉴얼은 "중동의 의무 요원들은 눈에 띄는 상징물을 부착하지 않아 식별하기 어려우며, 금지된 살상 무기를 소지하고 필요할 때 전투에 참여한다"며 "따라서 공격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나자르는 '식별하기 어려운' 대상이 아니었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나자르는 다른 의료진들과 마찬가지로 하얀색 가운을 입고, 의료진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로고가 달린 빨간색 줄무늬 조끼를 입고 있었다. 

또한, 부상자에게 다가갈 때 저격수에게 손을 흔들었다. 무장하지 않았다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나자르는 가슴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당시 나자르의 주머니에는 붕대 두 뭉치가 담겨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나자르를 정조준하거나 의도적으로 죽이지 않았다"며 "나자르는 단순한 의무 요원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들과 손잡은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나자르가 생전에 인터뷰한 연상에서 '나는 전선에서 인간 방패 역할을 한다'라고 말하는 나자르의 육성을 전하며 나자르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인간 방패'였다고 강조했다.

 

나자르의 인터뷰 영상에 대해서는 진위 논란이 뜨겁다. 이스라엘이 공개하지 않은 전체 영상에서는 나자르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가 아니라 부상자들을 보호하고 구하는 '인간 방패'가 되고자 최전선에 섰다고 말한다. 

인간 방패의 맥락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나자르의 생전 인터뷰를 교묘하게 편집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실이라면 지나치게 잔인한 처사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의무 요원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들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아프간에서 발생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7년 의사와 의료진으로 위장한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들이 아프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인근의 군 병원을 공격해 최소 30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2015년에는 기자로 위장한 팔레스타인인이 헤브론에서 이스라엘 군인을 칼로 찔러 살해한 바 있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유엔 중동특사는 나자르의 죽음과 관련해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의무 요원은 타겟이 아니다"며 "이스라엘군이 의무 요원을 사살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하며, 하마스 역시 의무 요원을 이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014년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알 메잔을 공격해 11명의 의무 요원을 죽인 바 있다(사진=ⓒ셔터스톡)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