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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Homicide)
미얀마 법원, '로힝야족 학살 취재' 로이터 기자에 7년형
2019-05-29 00:14:48
유수연
▲미얀마 기자들은 9개월간 구금된 채로 재판을 받았다(사진=ⓒ123RF) 

[라이헨바흐=유수연 기자] 미얀마 경찰이 로이터 기자 와 론과 초 소 우를 미얀마 양곤의 한 음식점으로 불러냈다. 저녁을 마치고 음식점을 떠나려는 기자들에게 경찰은 일련의 서류를 건넨다. 그리고 기자들이 음식점 출입문을 나서려는 순간, 그들은 경찰에 체포됐다. 기자들이 확인할 겨를도 없었던 문서는 이른바 '기밀문서'였다. 전형적인 '함정' 수사였던 것이다.

음식점에서 경찰한테 받은 문서는 로이터 기자들이 7년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결정적 이유가 됐다. 법원은 기자들이 기밀문서를 불법으로 입수해 '국가기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불러낸 경찰이 법정에서 "두 기자에게 서류를 넘겨 구속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소용 없었다.

 

피고측 변호인들, 언론사들, 국제 인권단체들은 모두 두 기자에게 죄가 있다면 저널리즘을 실천한 죄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미얀마 군·경이 라카인 주에서 벌인 '인종 청소'와 대량 살인을 기자로서 보도한 죄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들은 "법원이 인용한 모든 문서는 기자들이 체포된 시점에 이미 대중에 공개된 문서였으며, 기자가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며 "재판부는 법, 민주주의, 언론의 자유에 반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항변했다.

스티븐 애들러 로이터 사장 겸 수석 편집장도 '부당한 판결'이라며 아웅산 수지 여사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애들러 사장은 "두 기자는 잘못된 기소로 감옥에서 이미 9개월을 보낸 상태"라며 "이번 사건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조작된 증거를 기반으로 한 이번 판결은 기자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동시에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묵인하는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로이터 기자 와 론과 초 소 우는 로힝야족 무슬림들을 집단 학살한 사건을 취재하면서 경찰의 표적이 되었다(사진=ⓒ123RF) 

검찰 측 증인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명도 기자들이 저질렀다는 범죄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한 증인은 반대 심문을 받는 동안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기자들을 체포할 장소를 손에 적었다고 자백했다. 또 다른 증인은 기밀문서에 적힌 내용은 기자들이 체포되기 전에 여러 신문을 통해 이미 공개되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재판부는 기자들이 기밀을 유출해 국가에 피해를 입힐 계획이었다고 단정했다. 재판부는 "두 기자가 한 일은 일상적인 언론인의 일이라고 볼 수 있으며, 두 기자가 가지고 있던 기밀문서는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두 기자의 소지품에서 발견된 소수민족 반군단체 아라칸군(AA) 인사들의 전화번호는 기자들이 미얀마 정부를 파괴하려는 의사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기자 와 론과 초 소 우는 미얀마 군·경과 불교도인들이 라카인 주에 살고 있던 로힝야족 무슬림들을 집단 학살한 사건을 취재해 경찰의 표적이 됐다. 

2017년 8월, 두 기자는 여러 로힝야 학살 사건 가운데 라카인주 '인 딘'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의 증거를 확보했다. 마을 장로에게서 확보한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에는 손을 결박당한 채 총을 든 사람들 앞에서 무릎 꿇고 앉아 있는 로힝야족 남성 10명이 담겨 있었다. 이후 이들 남성들의 시신이 실제로 발견되면서 로이터 기자들이 입수한 사진은 인 딘 마을에서 자행된 집단 학살의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라이헨바흐=유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