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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테러(Terrorism)
美 트럼프 대통령 국경장벽 테러위협 논란...미국 내서도 의견 분분
2019-05-29 00:15:28
허서윤
▲멕시코 국경장벽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하원의 대립각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다(사진=ⓒ123RF)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하원의 대립각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다. 멕시코 국경장벽 때문이다. 국경장벽 예산안을 놓고 하원과 줄다리기를 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연방정부 셧다운(Shut Down, 일시적 업무정지)까지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으로 유입되는 테러리스트들을 막아야 한다"며 국경장벽 건설의 당위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한 방송에 출연해 "테러용의자 및 테러범 4,000여 명이 매년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오며, 가장 취약한 입국 지점이 멕시코 국경"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반(反)테러 전문가들은 샌더스 대변인의 말처럼 수천 명이나 되는 테러리스트들이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며, 지금까지 멕시코 국경을 넘다 체포된 테러용의자는 단 한 명뿐이고 대부분은 공항에서 붙잡힌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발표된 여러 조사 자료들도 트럼프 대통령이나 샌더스 대변인의 주장과 상당히 엇박자를 내고 있다.

 

백악관이 의회에 제출한 전략 문서에서는 국경장벽 건설의 필요성에 대한 세부적인 언급은 빠져 있다. 테러리스트들을 차단하고 감시하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조치만 게재되어 있을 뿐이다. 정보기관이 별도로 마련한 분석 자료에서도 미국의 최대 위협은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사이버 공격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니콜라스 라스무센 미국 대테러센터 전 국장은 "육로를 통해 테러리스트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징후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테러리즘 보고서'에서도 멕시코 국경이 심각한 테러 위협을 야기하고 있다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위원으로 활동한 윌리엄 랄프 바샴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멕시코 국경을 통해 테러리스트들이 대거 유입됐다면 이는 곧 해당 기관들이 무능했다는 뜻이다"라며 "해당 기관이 무능하면 교체하면 될 일, 국경장벽이 왜 필요한가?"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이 멕시코로부터 유입되는 테리리스트들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사진=ⓒ123RF)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2월 15일까지 3주간 연방정부 셧다운을 일시 해제하고 정부를 재가동하기로 민주당과 합의했으며, 이 기간 국경장벽 예산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장벽 예산 합의가 결국 불발될 경우 셧다운에 재돌입하거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미국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전쟁 등이 닥쳤을 때 행정부가 위기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1976년 의회가 국가비상사태법(National Emergencies Act)을 만들었다.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광범위한 권한을 의회에 통보만 한 뒤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절차 없이 장벽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비상사태까지 선포할 정도로 멕시코 국경발 테러 위협이 과연 '긴급'한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멕시코 국경의 현실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비상상황을 반박하는 여러 자료를 제시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만큼은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미국에서 시행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과반 이상이 국가비상사태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안과 관련한 민주당과의 대치 국면은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국가비상사태 카드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라이헨바흐=허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