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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테러(Terrorism)
이란, 열병식 테러에 우왕좌왕...최정예부대 명예 땅에 떨어져
2019-05-29 00:17:19
조현
▲이란 혁명수비대가 열병식 도중에 무장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라이헨바흐=조현 기자] 군인들이 기습 공격을 받아 우왕좌왕한다. 반격에 나선 군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군인들, 가지고 있던 총까지 내던지고 도망가는 군인들. 서로 살길 찾느라 바쁘다. 일부 군악대원은 악기를 든 채 배수로로 뛰어든다. 탁 트인 곳이라 어디서나 보이는 곳인데, 그 곳만이 살 길인 듯 몸을 웅크리고 있다. B급 전쟁영화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작년 9월, 아랍계 무장 분리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아 극한의 혼란에 빠진 이란 혁명수비대의 실제 모습이다.  

이란 남서부 아흐바즈에서 개최된 열병식에서 테러 공격이 발생했다. 이란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군복을 입고 구경꾼들 사이에 섞여 있던 무장 괴한 4명이 총을 난사해 25명이 사망했다. 

12명은 혁명수비대 군인, 13명은 열병식을 구경하던 민간인이었다. 지난 2017년 이슬람국가(IS)가 이란 의회를 공격해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 이후로 이란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다. 

총격범 4명 중에서 3명은 사살됐고 1명은 체포됐다. 아흐바즈저항군이라는 무장단체와 IS가 배후를 자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러 당시 영상에 등장한 범인들이 이라크 악센트가 섞인 아랍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아흐바즈저항군과 IS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이란 국영 방송국은 열병식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괴한들이 총을 쏘는 모습, 군인을 비롯해 민간인들이 겁에 질려 도망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란은 열병식 테러가 미국 진영의 사주를 받은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라며 복수를 다짐했다(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고작 4명. 이란 최정예 엘리트 부대로 꼽히는 혁명수비군이 무장 괴한 4명 때문에 혼비백산해 줄행랑쳤다. 이란으로서는 망신도 이만저만 망신이 아니다. 이란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은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성명을 통해 "열병식에서 발생한 테러는 미국과 미국 꼭두각시 국가들이 꾸민 음모"라며 강력 대응을 선언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 사우디, UAE, 이스라엘을 상대로 복수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 미국 진영이 테러를 사주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외부의 적에 초점을 맞춰 굴욕감을 떨쳐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대규모 군사공격을 감행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땅에 떨어진 명예를 어떻게든 주워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와 대(對)이란 제제로 양국이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열병식 테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라이헨바흐=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