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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Homicide)
인도, 간통죄·동성애 금지법 폐지…'진보' 신호탄 쏘나
2019-07-30 17:32:21
유수연

[라이헨바흐=유수연 기자] ▲인도에서 간통과 동성애를 금지하는 법이 폐지되면서 보수적인 인도가 변화하고 있다(사진=ⓒ위키미디아)

인도에서 형사 범죄로 분류됐던 간통죄와 동성애 금지법이 폐지되면서 인도 여성과 성 소수자의 환호성이 타국까지 퍼지고 있다.

간통죄 폐지

간통죄는 158년간 중범죄로 각인돼 왔으나 대법원은 지난 9월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취급하는 처사라는 명목으로 더 이상 범죄로 분류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도의 설화와 문학은 간통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시는 부적절한 사랑과 혼외 정사에 대해 다루고 있고 마누법전은 외도하는 남편에 대한 처벌을 다루고 있다.

이 법안은 본래 남성을 유혹하는 사람으로 간주해 벌금형을 내리거나 최대 5년의 감옥형을 내렸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처벌을 받지 않았으나 외도를 저지른 남편에 대한 소송도 제기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칼리스와람 라즈 변호사는 "이런 허점은 법정 분쟁이나 재정적 의무가 있는 경우 남편에 의해 종종 악용돼 왔다"며 "남성은 종종 자신의 아내가 상상 속의 남성과 외도를 했다는 혐의를 씌우며 소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즈 변호사는 "이런 혐의는 결코 입증될 수 없지만 자신과 별거 중이거나 이혼한 배우자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가 조셉 샤인은 이 법이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45페이지 분량의 긴 청원서에 시인 겸 사회 활동가의 말과, 심지어 국제연합(UN)까지 인용했다. 그러나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은 인도 문화에서의 결혼의 존엄성을 강조하며 이 탄원서에 반대한 바 있다.

▲간통죄는 여성을 남성의 재산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주장하에 지난 9월 폐지 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대법원은 이 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스라 대법원장은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 아니며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로힌턴 판사와 찬드라추드 판사는 이 법이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편견을 부채질하며 여성에게서 성적 자율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법을 가르치는 교사인 라시미 칼리아는 "법적 시스템은 사람이 누구와 잠자리를 하는지에 대해 감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비평가들은 이 법률에 대해 "성 차별적인 법안이며 노골적으로 여성을 비하하고 평등권에 위배 되고 있다"고 비평했다.

미스라 대법원장은 간통죄에 대해 이혼의 근거로 간주할 수는 있지만 형사 범죄로 간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 법안에 의해 기소된 남성의 수에 대한 데이터는 찾아볼 수 없다.

 

동성애 금지법 폐지

간통죄가 폐지됨에 따라 동성 간의 성관계를 금지하는 법안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률이 과연 성인 두 명이 합의 한 관계를 감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찬드라추드 판사는 법 체계가 성 소수자의 사생활을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또 인두 말호트라 판사는 "역사는 성 소수자들을 배척한 것에 대해 사죄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동성 간의 성관계를 금지하는 법안은 형법 377조에 규정돼 있으며 157년동안 이어져 왔다. 법률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동물 내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성관계는 최대 10년의 징역을 살 수 있다.

이 조항을 폐지하기 위한 노력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델리 법원은 성소수자의 편을 들어 판결을 내렸으나 여러 정치 사회 및 종교 단체들의 청원으로 2013년에 부활하게 된다. 이에 2016년 동성애 지지자들은 대법원에 판결 재검토를 요청하는 치유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성 소수자들이 승리했다. 이들에게 있어서 이번 법안 폐지는 '모든 이들이 사랑할 권리를 인정 받는다'라는 의미다.

성소수자 활동가인 하리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으며 이것이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마냥 행복하다. 이는 마치 영국에게서 독립한 이후 2번째로 얻는 자유와 같으며 다음 단계는 차별 금지법 및 집단 괴롭힘 방지법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인도

인도의 이런 행보는 진보의 상징으로 전 세계적인 환영을 받았지만 BBC는 인도의 모든 종교 지도자들이 법률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간통은 샤리아 법에 따라 금지돼 있으며 이란, 방글라데시 등 많은 이슬람 국가들에게는 계속 금지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두 판결은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 모두를 마주하게 됐다. 많은 이들이 간통죄 폐지에 반대하며 법원은 이를 성 중립성을 띄게 바꿔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 법원 종사자는 동성애 금지법 폐지가 "HIV 감염자 수를 증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BC는 "법은 사회의 사고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모든 이가 사랑할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대법원은 여성과 성 소수자들이 그 동안 거부 당해온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게 했다"고 말하며 보도를 마무리 지었다.

▲인도의 변화는 진보의 신호지만 자국의 많은 종교 단체는 대법원의 판결에 찬성하지 않는다(사진=ⓒ플리커)

[라이헨바흐=유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