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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Homicide)
美 인신매매 근절 총력…인간 착취 전담 대외직명대사 부활
2019-07-30 17:21:37
김지연
▲존 코튼 리치몬드(왼쪽)가 트럼프 행정부의 인간 착취 전담 대외직명대사로 임명됐다(사진=ⓒ플리커)

[라이헨바흐=김지연 기자] 인권운동가 출신 검사 존 코튼 리치몬드가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쳐 미국의 대외직명대사로 임명됐다. 이로써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도입된 이후 한 동안 휴지기를 가졌던 인간 착취 전담 대외직명대사가 부활했다. 

리치몬드 대사는 세계 전역을 무대로 '현대판 노예'로 불리는 인간 착취를 감시하고 단속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대외직명대사는 미국이 지난 2000년에 도입된 제도로, 국무부 소관이다. 세계 모든 국가가 인권 착취를 근절하기 위해 취한 행동을 평가해 연례보고서를 작성한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연례보고서의 실질적인 작성자가 바로 대외직명대사다.

연례보고서 리스트에 오른 국가는 인권 착취가 만연한 국가로 분류되어 정치·경제적 제재를 받는다. 일부 국가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뒤집어 말하면 보고서의 영향력 내지 파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현대판 노예제도란 인신매매, 강제노동, 부채노동, 강제결혼, 아동매매, 노동착취 등을 일컫는다. 이 모든 인권 착취는 먼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버젓이 일어나는 일이다. 중동의 아시아계 건설 인부, 그리스 딸기농장이나 태국 어선의 강제노동자, 영국의 강제결혼, 이탈리아의 강제매춘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현대판 노예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최소한 수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 남성과 여성은 차치하고 아이들도 착취 대상이다. 모두 탈출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따라서 대외직명대사는 단순 명예직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다.

노예 연구의 권위자인 루이스 데바카와 국제가톨릭이민위원회 의장인 앤 갤러거는 리치몬드 신임 대사가 해결해야 할 네 가지 주요 과제로 다음을 꼽았다.

미국의 신뢰성과 영향력 재건해야

미국 대외직명대사는 오랫동안 공석이었다. 인간 착취와 관련해 미국의 영향력이 시들해진 원인이다. 대외직명대사가 공석인데도 매년 보고서가 꾸준히 발표된 점을 보면 그간의 평가시스템이 어땠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보고서에 꾸준이 이름을 올렸던 국가들은 오늘날 위장의 달인이 됐다. 인간 착취를 공모하거나 방치하면서 외관상으로는 북유럽 복지국가를 뺨친다. 부실한 평가시스템을 온전히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또한 대외직명대사는 평가 프로세스가 정치화됐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외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국가들은 보고서에서 누락시키거나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면, 보고서는 차치하고 미국의 신뢰성과 영향력마저 바닥을 칠 것이다. 

▲미국은 인간 착취와 관련한 영향력과 신뢰성을 재건해야 한다(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모든 인간 착취에 초점 맞춰야

인권 착취는 사실 두루뭉술한 용어다. 착취 관행을 광범위하게 포괄하지만 성적 착취는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리치몬드 대사는 아동 성매매 및 장기 매매 등 그 동안 소홀했던 인권 착취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은 성적 착취를 포함한 모든 인간 착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사진=ⓒ플리커)

기업과 연계된 인간 착취 감시 강화해야

최근 인간 착취를 근절하기 위한 창의적인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일례로 영국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에서 착취를 금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이는 세간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업들의 수가 늘고 있다. 중앙 정부도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목전의 이익 때문에  인간 착취를 방조하는 일이 없도록 행동 강령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인간 착취가 빈번한 어업과 제조업에 대한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  

가해자 처벌 및 정의 구현 우선해야 

지난해 세계 전역에서 인신매매로 기소된 건수는 7,000건에 불과하다. 더욱이 기소된 사건 중에서 90% 이상이 성매매였고 노동매매는 고작 332건이다. 형사사법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거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부 국가들 덕이다. 리치몬드 대사는 인간 착취가 중대 범죄며,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정부는 공모자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라이헨바흐=김지연 기자]